강원도 기행

강원 태백(1) - 태백산

포리시스 2013. 2. 20. 23:41

   태백산 산행

 

   참 오래도록 벼르고 벼른 산행이다. 살아천년 죽어천년을 간다는 주목군락지에 흰눈이 내려 아름다운 눈꽃을 피운 모습을 상상하며 여러 사진속에서나 보아왔던 모습을 나도 함 담아오리라 생각을 한 것이 언제부터인지 모르겠다.

 

[유일사 매표소]

 

   여하튼 난 이곳에 왔다. 유일사 매표소를 출발해서 등반길에 올랐다. 주말이라 그런지 참 많은 분들이 각 지역에서 몰려든 것 같다. 아마도 차디찬 이 계절이 저물어가기 전에 마지막 겨울의 산행을 만끽하려는 마음들이 이렇게 커다란 무리를 지었는지도 모르겠다.

 

[저무는 계절이 아쉬운 듯 참 많은 사람들의 행렬이 이어졌다]

 

   입구부터 무척이나 길게 늘어선 산을 사랑하는 사람들,...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길게 줄지어 선 무리에 묻혀 다져진 눈길을 걸었지만 생각만큼이나 더디었다. 눈이 내릴거라던 전날 일기예보와 달리 드리워진 파아란 하늘이지만 그래도 혹 정상에서나마 맛보게 될 아름다운 눈꽃의 여운을 아주 조금은 남아 두었다.

 

[멀리 구름은 동해바다 상공일거다]

 

   앙상한 가지 사이로 파란 하늘이 끈이지 않는다. 아주 평범한 산길을 가 듯 오르막의 길이 수월하다 여겨보았다. 초등생도 아니되었을법한 아이도 앙증맞은 신발에 아이젠을 착용하고 걸었고, 어르신의 무리들, 연인들,... 정말 남녀노소 누구나 쉬이 등반할 수 있는 곳이라 알려진 것처럼 모두들 이야기 꽃에 이끌려들 갔다.

 

[오른쪽 봉우리 - 너무 멀리 느껴져 가지 못할 뻔 했던 문수봉]

 

   지그재그 오르다 어느 정도의 거리에 있는지 가늠해 보지는 않았지만 <유일사>라는 사찰의 이정표와 쉼터가 보인다. 사찰 입구와 정상의 갈림길인 듯 등반객을 위한 음료와 간단한 요기를 할 수 있는 이 쉼터는 사찰에서 운영하는 것 같아 보였다. 작은 휴식의 공간에 발들여 놓을 틈이 없음은 당연하다 여겨진다.

 

[주목 군락지를 지나며]

 

   원거리에 위치한 산맥들의 고도가 점점 낮아지는 듯 숲을 벗어나 시야가 점점 넓어졌다. 한 두 그루 굵직한 주목들도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북쪽으로 보이는 산이 <함백산>일거고 그 옆으로 풍력단지가 조성되어 있는데 정확한 지명을 알 수 없다. 잠시 선자령인가라는 착각도 해 보았다.

 

[눈꽃이 피었으면 참 좋았을텐데,..]

 

   인근 봉우리를 쳐다보니 새하얀 눈은 없다. 아마도 정상에서의 눈꽃 구경은 포기해야 할 듯 싶다. 장구한 세월 백두대간의 중추에서 변함없이 같은 자리를 지키며 산천의 변화를 느껴왔을 이 곳의 주목들,.... 작가님들에 의해 녀석들의 모습이 공개되고 인기와 명성이 높아만 갔을터,..

 

[장군봉의 장군단 - 장방형의 마름모꼴로 축조]

 

   거센 바람이 가져간 것인지, 차가운 눈발에 긁혀진 것인지 아님 등산객의 숨소리에 녹아내린 것인지 모르게 속이 텅 비어있는 주목들,.. 가장자리의 세포에 의해 생명을 연명해 가는 모습이 참 대단하다 여겨지지만 또 한편으로는 안스러워 보이기도 하다.

 

[장군단 내부]

 

   일부 녀석들에게 콘크리트마냥 보호막을 두툼하게 발라 놓은 모습이 여간 답답해 보일 수가 없다. 미리 흰 눈이라도 내려 그 곳의 표면을 가려주었으면 좋았을거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것은 나 혼자만의 이기적인 발상이었을 거다.

 

[영봉과 천왕단]

 

  마침내 돌을 쌓아 놓은 제단이 보인다. 작은 구릉을 연상케하는 장군봉에는 4~5m 가량 높이의 제단이 마련되어 있는데 북쪽이 남쪽보다 약간 높은 장방형마름모꼴 이다. 제단의 명칭은 <장군단>. 내부에는 상징적 의미인듯 아무런 글자 각인이 없는 비석모양의 자연석 세 개가 북쪽 석벽에 세워져 있다. 좁은 공간에서 많은 분들 예를 올리느라 분주한 모습들 이다.

 

[영봉의 천왕단 - 원형에 가깝게 축조]

 

   이곳 태백산은 <천왕단>이 있는 영봉(신령스러운 봉우리)을 중심으로 북쪽에 최고봉 장군봉(1,567m), 남쪽에 부쇠봉(1,546m),  그 동쪽으로 문수봉(1,517m)이 있다. 태백산하면 천제단으로 많이 알려져 있지만, 이곳에 있는 제단 세 개를 총칭한 것이라는 걸 새로이 알았다.

 

[천왕단 내부 - 한배검 지석과 제단]

 

   <천제단>은 우리 조상들이 하늘에 제사를 지내기 위하여 설치한 제단이다. 만들어진 시기나 유래 등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삼국사기]를 비롯한 옛 서적에 "신라에서는 태백산을 삼산오악 중의 하나인 북악이라고 하고 제사를 받들었다." 라는 기록이 있는 것으로 미루어 태백산은 예로부터 신령스러운 산으로 섬겨졌음을 알 수 있다는 기록이다.

 

[태백산 표지석 - 장군봉의 표고는 1,567m이다]

 

   이곳 태백산에 있는 세 개의 제단은 장군봉의 <장군단>, 영봉의 <천왕단>, 영봉 300m 아래에 위치한 <하단>을 모두 일컬어 <천제단> 이라고 한다. <장군단>과 <천왕단>의 규모보다 작은 아래에 위치한 제단의 이름을 알 수 없어 <하단>이라 하였고 제단으로서의 기능을 잃었다라는 내용이다.

 

[영봉 남쪽 300m 지점에 위치한 천제단 - 하단]

 

   <천왕단>의 내부에는 <한배검(단군을 높여 부르는 말)>이란 붉은 글씨가 새겨진 지석이 세워져 있다. 실질적으로 하늘에 제를 올릴 때에는 <천왕단>에서 행하고 천제단으로 통칭되는 듯 싶다. 이 곳은 <장군단>, <하단>과 달리 외형은 원형에 가깝게 축석 되어 있고 내부 공간에는 별도 재물을 차릴 수 있도록 사각형의 제단이 시설되어 있다.

 

[하단 - 정사각형의 각 면에 계단을 시설하였다. 세 개의 천제단 형태가 각각 다르다]

 

   <천왕단> 밖은 평지에 가까울 정도로 제법 넓은 공간이 자리한다. <태백산>의 표지석이 세워져 있고, 출발할 때 줄지어 섰던 많은 분들이 당도한 듯 에워쌓인 표지석에서의 인증샷 광경도 장광이다 싶다. 부지런히 <하단>으로 향했다. 사실 <망경사>를 경유해서 하산을 하려했지만, 시간이 좀 더 걸리더라도 능선을 따라 보이는 봉우리를 모두 딛고 싶었다.

 

[부쇠봉 가는길에]

 

   <천왕단>에서의 내리막이 끝나는 지점에 또 하나의 제단인 <하단>이 있다. 이 곳의 제단은 정사각형 모양으로 제단을 축조하고 각 면에서 오를 수 있도록 계단을 만든 형식의 이다. 이미 제단으로서의 기능을 잃어버렸다고 한 것처럼 위의 두 단에서와 같이 예를 갖추는 사람들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흰 눈이 참으로 아쉬웠다]

 

   <부쇠봉>은 측면의 길을 따랐다. 약간의 내리막을 제외하면 문수봉 아래까지는 평탄하리만큼 쉬이 내달릴 수 있겠다. <문수봉> 오르는 길이 조금 어렵게 느껴졌다. 눈길이라 더욱 그랬을 거다. 숨도 고를겸 주머니에서 초콜렛을 꺼내 먹으며 걸었다.

 

[영봉의 천왕단이 보인다]

 

   역으로 내려오는 사람들과 좁게 다져진 눈길에서 교행이 쉽지는 않았다. 멀리서 내려오는 사람들에게 눈길을 양보하듯 일찌감히 가지를 잡고 몸을 돌려 주기었다. 제법 오른다 싶으니 이내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다들 힘들어 쉬어 가려는가 보다 싶었다.

 

[주목이 어우러져 경관이 참 좋았다]

 

   나무가지 사이로 돌탑이 보이고 넓직허니 펼쳐진 곳에 마치 커다란 암벽이 쪼개져 무너져 내린듯 크고 작은 바위가 무성하다. 이 곳이 <문수봉> 이다. 자연석을 사용하였을것인데 돌탑의 외관이 참으로 아담하고 부드럽게 보였다. 돌탑들을 주제로, 멀리 천제단과 함백산에 녀석들을 넣어 풍경을 담았다.

 

[멀리 왼쪽으로 함백산]

 

   그 너머로 아른거리듯 멀리 천제단에 사람들의 모습이 보인다. 아래쪽으로 평지에 위치한 건물은 <망경사>일거다. 이곳으로 오기전에 하산코스로 정해두었던 곳이기도 하다. 주변에 단종비각이 있고, 참 맑고 깨끗한 물 <용정>을 만나지 못한 아쉬움이 컸지만, 다음 기회에 꼭,.. 여운을 남겨 보았다.

 

[영봉 천왕단(좌), 장군봉(우) - 천왕단 아래 중턱에 하단이 있다]

 

   잠시 바위에 걸터앉아 주변의 경관을 훝어 보았다. 커피 한 잔 그리고 챙겨온 간식을 꺼내었다. <백두대간>으로 이어지는 산맥의 길들이 흰 눈을 머금어 참으로 포근하고 온화해 보인다. 누군가 내려올 곳을 왜 오르냐는 말을 하였을지언정 내려다 볼 수 있는 풍요로운 마음은 그것을 충분히 잠재울 거다.

 

[문수봉에서]

 

   가만히 생각해 보니 서쪽 강화 마니산에 <참성단>이 있고, 동쪽 태백산에 <천제단>이 있다. 우리나라의 동.서에 단군국조를 상징하는 영산이 있어 자손만대 평화로운 땅으로 축복해 주시지 않을까 생각해 보았다. 비행기 한 대가 하얀 거품을 내뱉으며 푸르른 창공을 가르며 지나 간다.

 

[문수봉의 돌탑들]

 

   빼곡한 낙엽송의 군락지와 더불어 작은 계곡이 있어 여름철에 등반을 하여도 참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닥에 쌓인 눈처럼 이넘들의 가지마다 하얗게 변한 모습이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많았지만, 힘 주어 기지개 하는 모습을 하늘을 향해 줌 해 보았다.

 

[왼쪽부터 부쇠봉, 영봉, 장군봉 그리고 아래 망경사]

 

   <당골>,... 당집이 많아 유래되었다는 지명처럼 하산길에도 그 흔적을 볼 수 있었다. 길이 넓어지는 것으로 보아 매표소가 멀지 않음이겠다. 유일사의 매표소를 지나 장군봉 - 영봉 - 부쇠봉 - 문수봉을 거쳐 당골매표소 까지 4시간 반 가량 비교적 평온한 산행을 한 것 같다.

 

[하산길에 만난 당터 같다]

 

   비록 아름다운 눈꽃의 설경을 감상하지는 못했지만, 적당한 기온으로 추위도 덜 했고 가시거리가 좋아 멀리 풍경도 맘껏 느낄 수 있었고, 백두대간의 능선을 가늠할 수 있었고, 소중한 우리 문화재의 내력을 잘 알 수 있어서 정말 좋았다. 백번들어도 보는것만 못할 거라는,...

 

[하늘향해 두 팔 벌린 낙엽송,..]

 

   민족의 영산 태백산,... 언젠가 다시 한 번 꼭 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