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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기행

일본 대마도 여행기(3)

by 포리시스 2013. 12. 2.

   일본 대마도 여행기(3)

 

   <TIARA쇼핑몰>,....

   이즈하라시에서 가장 큰 쇼핑몰이겠다. 우리의 대형마트와도 같은 이 건물의 주변이 가장 번화한 듯 싶고, 건물 앞 사거리 주변으로 우체국, 십팔은행, 팔번궁, 고려문과 금석성, 시청 그리고 항구의 위치가 육안으로 확인이 가능하다.

 

[티아라쇼핑몰 에스컬레이터 옆 문화공간으로 보여지는 곳에 전시된 배]

 

   우리의 대형마트 만큼은 못하지만 생활용품들이 다양하게 진열되어 있다. 오락기기가 한편으로 자리해 있었는데, 이곳에도 학교를 마친 학생들과 어린 아이들로 북쩍거렸다. 팔각쯤 되는 작은 통에 흰색과 붉은색의 구슬을 넣고 누구나 통을 돌려 작은 구멍으로 붉은색의 구슬이 나오면 쿠폰 같은 것을 주고 있었는데, 할인권은 아니었나 싶다.

 

[팔번궁신사의 초입 도리이]

 

   이 작은섬을 둘러보며 신사가 참 많았다는 생각은 지울 수 없었다. 우리의 마을 어귀에 서 있는 장승이나 커다란 나무 아래 위치해 있던 성황당, 마을과 마을을 넘나들던 곳의 당집과 같은 토착신앙과 향교, 서원과 같은 성현들의 배향소, 사당, 사찰 등을 모두 집약해 놓은 것이 이곳에서 불리어지는 신사가 아닌가 생각된다.

 

[주차장을 지나 두 개의 도리이가 더 있는데 왼쪽은 천신신사, 오른쪽은 우노도, 팔번궁신사]

 

   신사의 앞으로 석등이 일렬로 배열된 곳은 사찰이 변형된 곳이라고 한다. 처음에는 사찰이었지만 나중에 신사로 바뀐 것이겠다. 신사의 입구에는 커다란 <"하늘 천"자> 모양의 석조물이 있는데 하늘, 즉 신의 영역을 상징하는 조형물이다. 앞서 수선사에서는 이를 보지 못했는데, 사찰과의 가장 큰 차이점 인지도 모르겠다.

 

[고마이누 - 숫컷]

 

   신성시한다는 의미에서 보면 우리의 홍살문과 모양이 상당히 흡사하다. 이 석조물의 이름은 <도리이>다. 신사는 이곳에서부터 시작된다. 우리 조상님들은 새끼에 숯, 고추, 솔가지 등을 끼워 처마나 출구 등에 걸어 부정(액) 타는 것을 막았다. 이것이 금줄인데 신사에도 금줄과 같은 것이 걸려 있다.

 

[고마이누 - 암컷]

 

   도리이(鳥居),.... 이곳 사람들은 예로부터 새는 신의 사신이라고 믿어 왔다고 한다. 그래서 사람의 뜻을 신에게 전달해 주는 새가 쉬어가는 곳이라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하는데,... 두 개의 수직 원기둥에 직사각형의 긴 막대가 가로로 2개 놓여져 있다. 예전에는 목재가 기본이었으나 차츰 석재.동.철.철근콘크리트등으로 변형된 도리이가 세워지게 되었단다.

 

[팔번궁 앞에 세워진 문 - 처마에 '팔번궁' 편액과 좌우의 사각 틀에는 목인형상이 있다]

 

   하치만궁(팔번궁)신사,...

   쇼핑몰 앞 네거리에서 북쪽으로 약 200여미터 거리에 있다. "궁"자는 아주 중요한 신사에만 붙여진다고 한다. 이곳은 일본의 제14대 주아이천황의 황후이자 삼한을 정벌한 신공황후를 모신 신사이고, 옆으로 우노도.천신.와카미야신사가 함께 있다. 삼한을 정벌했다는 설화속의 인물로 임나일본부설의 근거가 되는 인물이란다.

 

['팔번궁' 편액 - 좌측의 연대표식이 수정된 것 같다]

 

   첫 번째 도리이를 지나면 주차장을 보며 또 다른 두 개의 도리이가 있다. 그 우측의 도리이 앞에 해태 혹은 사자 모양을 한 석상이 좌우에 서 있는데, 이 녀석들의 이름은 <고마이누>다. 고구려를 의미하는 '고마'와 개를 지칭하는 '이누'라는 일본어의 합성어로 고구려에서 건너온 개라는 뜻이라고 하는데, 한 쪽의 녀석은 입을 벌리고 있으며 숫컷이고, 맞은편의 녀석은 입을 다물고 있는데 암컷이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목각상인듯]

 

   도리이를 지나며 좌.우로 3개의 계단이 있다. 가장 우측의 길이 <하치만궁-팔번궁신사>, 가운데가 <우노도신사> 그리고 좌측에 <천신신사>가 위치 한다. 주변으로 석등의 배열 모습으로 보면서 기히 들었던 오래된 사찰이 변형된 것은 아닌가 생각해 보았다. 우리의 사찰에 가면 샘물이 있어 음용을 하지만, 신사의 앞에 있는 샘물은 참배를 하기 전에 손을 세정하는 물이라 음용하지 말란다.

 

[사천왕상과는 다르지만 사찰이 변형된 듯 싶어 나름 의미 부여를 해 보았다]

 

   팔번궁으로의 계단을 오르면 우리의 사찰 일주문 내지 금강문의 형식을 한 팔작지붕의 건물이 있다. 처마 밑에는 푸른빛의 색을 입힌 듯 <팔번궁>이라 새겨진 현판이 걸려 있다. 언듯 옆에 기록되어 있는 년도 부분을 보니 어떠한 연유에서인지 수정을 하지 않았나 싶은 자욱이 남겨져 있다.

 

[사진 담기에 여념이 없어 이 석상에 대한 설명을 놓쳤다]

 

   양쪽의 기둥 윗 부분에 널판지를 둘러 사각의 공간을 만들었는데 그 안에는 나무를 깎아 만든 것으로 보여지는 목각인형이 좌.우에 앉아 있다. 사찰의 사천왕 같다는 생각지만 양쪽으로 하나씩이므로 사천왕은 아니고 수호신으로 뭔가 의미가 있어 보인다. 석등이 일렬로 배치된 곳은 사찰이 변형되었다는 이야기에 굳이 의미를 부여해 보았다.

 

[비석이 아니고, 팔번궁을 세울때 기부 등 공이 있는 사람들의 명패란다]

 

   문을 들어서니 우측으로 긴 건축물이 있고 좌측으로 많은 비석군이 서 있다. 하지만 비석이 아니란다. 팔번궁을 건립할 때 기부 등 공이 있는 사람들의 이름을 새겨 놓은 명패란다. 뭐 개인의 이름이 새겨진 공로비라고 생각해도 되겠다. 전면으로 보이는 건물이 팔번궁의 본전인 배례전이다.

 

[팔번궁 배례전 - 경내 참 많은 등이 서 있다]

 

   문 앞의 처마에 제법 두툼한 금줄이 가로로 걸려 있다. 그 금줄에서 다시 아래로 세가닥의 줄이 내려져 있는데 줄을 잡아당겨 흔들지 말라고 한다. 이유인즉 신이 깨어난다는 이야기다. 문 앞에는 사각의 목각이 놓여져 있는데 헌금함이라고 들은 것 같다. 문에 여성의 사진이 걸려 있는데 대체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다.

 

[소원을 적어 걸어 놓는 곳]

 

   신사에 있는 신은 잠들어 있다고 한다. 그래서 문 앞에 드리워진 금줄에 연결된 늘어진 줄을 잡아당겨 신을 깨운 다음 참배를 한다고 하는데, 제사를 지내기 위해 향을 피우고 강신례를 하는 우리의 풍습과 연관시켜 보았다. 참배 방법은 두 번 절하고 두 번 박수치고 다시 한 번 절을 한다는 안내글이다.

 

[신공황후가 탔던 말 - 측면의 꽃 문양은 황후의 상징이란다]

 

   이곳을 관람하면서 알게 된 것이 있다면 앞서 금석성에서 들었던 구한말 덕혜옹주의 생과 너무도 닮은 삶을 살았던 한 여성의 사당이 여기에 있다는 거다. 두 여성 모두 시대의 정치적인 이유로 이 섬의 도주 그리고 그 후손과 결혼을 했다. 이혼 등 순탄하지 못한 삶을 살았던 그녀들의 넋. 이곳을 찾는 많은 사람들에게 오래도록 그 이야기를 들려줄거라 생각한다. 

 

[팔번궁 뒷쪽으로 작은 신사 - 혹 마리아의 신사가 아닌지?,..]

 

   마리아,.... 임진왜란이 발발하기 전에 일본에서는 권력을 잡은 토요토미히데요시가 조선의 지리를 잘 아는 대마도의 번주 요시토시의 환심을 사기 위해 자신의 부하였던 고니시유키나가의 딸 마리아를 요시토시에게 시집 보냈단다. 당시 마리아는 15세의 어린 나이였다고 하는데,...

 

[잠자는 신을 깨우기 위한 줄]

 

   요시토시는 마리아를 무척이나 사랑하면서 10여년간 생활을 하였는데, 토요토미히데요시가 사망하고 임진왜란이 종결되자 일본 내에서는 히데요시파와 도꾸가와이에야쓰파 사이의 격렬한 권력 다툼이 시작되었다. 권력의 쟁탈을 위한 파벌 싸움은 어느 시대에나 끊이지 않고 지속되는가 보다. ㅠㅠ

 

[팔번궁신사 경내]

 

   그 결과 마리아의 아버지 고니시가 살해 당하고 이에야쓰가 권력을 잡자 요시토시는 대마도 주민들의 안전을 위해 부인 마리아와 이혼을 하고 본토로 돌려보냈다고 한다. 그 후 두 사람은 다시는 만나지 못한 채 마리아는 쓸쓸히 세상을 떠났다고 하는데,....

 

[우노도신사]

 

   그 후 대마도 주민들은 권력의 싸움에 희생된 그녀의 넋을 기리기 위해 이 신사에 합사하여 제사를 지낸다는 이야기이다. 마리아,.... 구한말 불행한 삶을 살았던 덕혜옹주와 시대를 달리하지만 정말 비슷한 환경에서 조금은 일찍 살았던 그녀가 아니였을까?,...

 

[안덕천황을 모신 천신신사]

 

   팔번궁 배례전 앞에는 청동빛 말의 상이 세워져 있다. 신공황후가 탔던 말이라고 들은 것 같다. 양 측면으로 꽃 모양의 문양이 표식되어 있는데 신을 상징하는 것 이라고 한다. 신사의 옆으로 돌아가면 나무조각에 우리의 소지와 같은 소원을 적어서 매달아 놓는 곳이 있다. 기원의 문화도 흡사하다 여겨보았다.

 

[우노도신사 옆에 세워 놓은 포탄]

 

   여러 신을 모시고 있는 신사가 어쩐지 다소 음침한 분위기이다. 그래도 이곳 대마도를 대표하는 신사라고하니 이 사람들에게는 무척이나 의미있는 곳이겠다. 우노도신사 옆으로의 공간에 녹쓴 포탄을 세워 놓은 듯 한데, 신이 얼마나 전쟁을 좋아하는지 모르겠지만 신성한 곳에 조형물로 포탄까지는?,....

 

[삵은 대마도의 천연기념물이란다. 이녀석은?,...]

 

   이 곳 대마도에는 고양이과의 동물 중 <삵>이라는 녀석이 있다고 한다. 일본 본토에도 없는 이 동물이 살게 된 것은 아마도 한반도에서 건너 온 듯 하다는 설명인데,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다. 시내를 배회하고 있는 녀석을 발견했는데, 우리의 고양이와 너무 닮아 삵은 아닌 것으로 보여지지만 어하튼 우리나라에서 건너간 짐승이라니 그져 반갑긴 했다.

 

[용궁전설이 깃든 와타즈미신사]

 

   <와타즈미신사>,...

   이곳은 천신의 아들 <히코호호데미노미코토>와 바다의 신 <토요타마히메노미코토>를 기리는 해궁으로 바다의 신을 모신 신사 중에서 가장 유서 깊은 곳이고, 예로부터 용궁전설이 전해지는 곳이라고 한다. 주변을 둘러보며 들었던 전설의 내용이다.

 

[5개의 도리이중 바다에서 시작되는 곳에 3개가 있다]

 

   옛날 천신의 아들 형제가 있었다. 형은 낚시 바늘을 잘 만들었는데 어느날 동생이 이를 가지고 놀다가 그만 바다에 빠뜨리고 말았다. 무서운 형을 생각한 동생은 잃어버린 것과 똑같이 바늘을 만들어 놓았지만 형은 이내 가짜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분노한 형은 빨리 잃어버린 낚시 바늘을 찾아 오도록 하였다.

 

[신사 앞의 스모장]

 

   바다 속으로 간 동생(히코호호데미노미코토)은 열심히 낚시 바늘을 찾던중 용왕(토요타마히메노미코토)의 딸(토요타마히메)를 만나게 되는데, 형의 일을 까맣게 잊어버리고 그만 공주와 결혼을 하여 용궁에서 살게 되었단다. 그러던중 만삭의 아내와 육지에 나와 출산을 하게 되는데, 아내는 자신의 출산하는 모습을 보지 말라며 금기사항을 전하게 되었고,

 

[신사에서 바다로 이어지는 물길의 가운데 남겨진 악어껍질,...]

 

   동화 <선녀와나무꾼>, <우렁이각시> 등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것처럼 설화의 주된 내용이 혹 우리의 것을 표절한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어쨌든 히코호호에미노미코토는 궁금한 것을 참을 수 없어 아이를 출산하는 토요타마히메의 모습을 보게 된다. 순간 악어로 변해 있는 공주의 모습에 놀랐고, 이를 알아 챈 공주는 아이를 남겨두고 바다로 갔다는 이야기이다.

 

[신사 앞 손씻는 물 - 음용하지 말란다]

 

   그 아이가 일본 왕가의 시조인 '텐무천황'의 아버지라고 하는데, 천신의 아들과 용왕의 딸이 만나 태어난 아들,...... 우리의 역사를 보는 듯 한 이야기가 참 흥미롭다. 신사 앞 바다위로 세워진 도리이,...언젠가 진사님들의 사진을 통해 보게 되었는데, 그 곳에 오게 되었다는 기쁨도 컸다.

 

[3개의 도리이는 만조때 기둥의 아랫 부분이 물에 잠긴다. 신을 모신다는 의미의 신도이겠다]

 

   신사의 측면에서 바다로 이어지는 물길 가운데에는 악어의 표피라고 믿는 아주 작은 바위가 있다. 세 개의 기둥을 세워 이를 표식하고 설명글을 달아 놓았는데, 설화 속에 악어로 변한 해신의 딸이 바다로 돌아갈 때 남겨놓은 것이란다. 옆으로 네 개의 기둥 위에 지붕이 얹혀진 곳은 스모장이다. 왕가의 아이들이 이곳에서 스모경기를 한다고 하는데 언제인지는 모르겠다.

 

[신사 뒷쪽의 산림과 어울어진 풍경]

 

   신사 앞으로 5개의 도리이 중 3개는 만조 때에는 물에 잠긴단다. 바다의 해신을 이곳으로 안내하는 신의 길(신도)을 의미하는 듯 싶다. 우리의 조선왕릉에도 홍살문을 들어서면 참도(신도.왕도)라는 길이 있다. 상징적 의미의 시설물이 우리의 문화와 흡사하다는 생각이다.

 

   아주 오래전 이곳으로 이주했던 우리의 조상들이 만들어 놓은 정신의 틀은 아닐까 싶다. 신사 뒷쪽의 울창한 수림 사이로 빗내림이 참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