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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과 곤충

앙증맞은 다람쥐

by 포리시스 2012. 3. 14.

   앙증맞은 다람쥐

 

   내 시골집의 뒤에는 수명을 알 수 없는 아주 오래된 밤나무 한 그루가 있다. 밑둥의 둘레가 성인 혼자 감당하기 힘들 정도이니 아주 오래되었을거라는 추측과, 언젠가 이 나무의 수명을 알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을뿐,...

 

[콩새.날다람쥐가 살던 곳에 주인이 바꼈네,..]

 

   이 밤나무의 성인 두 명 높이에서 뻗어나온 가지는 오래전부터 부러지고 이곳에 구멍이 뚫려 새들의 보금자리가 되어 왔다. 어렸을적에는 부모님께서 이 가지의 구멍에 손이 닿을 정도로 나무단을 쌓아 놓으면 그 위로 올라가 구멍에 손을 넣고 새알이 있나 없나 확인하곤 했었다.

 

[뉘댁을 찾아온 거요~,... ㅋㅋ]

 

   구멍이 꽤나 깊어 소매를 끝까지 걷어 올리고 손을 넣어도 새의 깃털은 커녕 지푸라기도 잡히지 않았다. 어두워 속을 들여다 볼 수는 없다. 이 커다란 밤나무에 새들도 참 많이 날아왔다. 그 때에는 아마도 콩새가 이 집의 주인이였을거다.

 

[아하~ 서울산다는 젊은이구먼~,.. ㅎㅎ]

 

   언젠가 이 구멍속에 손을 넣고 한참을 휘졌다가 손끝이 따끔거려 보니 어떤 놈이 물었다. 새가 아닌 다른 놈이 있을거라 생각되어 길쭉한 나무막대를 들어 한참을 쑤셔 넣으니 날다람쥐가 튀어 나온다. 녀석도 놀랐겠지만 그 때 얼마나 놀랬는지 모른다.

 

[얼굴 몰라보겠구먼~ 신수 좋아졌네그려~~~ ㅋㅋ]

 

   콩새를 쫓아내고 녀석이 세들어 살줄이야,.. ㅎ

그 후 세월이 엄청 많이도 흘렀다. 가끔 시골에 갈 때면 꼭 그 곳을 함 올려다 본다. 녀석에게 물렸던 일이 생생하게 기억되기도 하지만 어렸을적 일들을 그려볼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나무막대로 녀석들을 놀라게 할 생각은 없지만,...  이 곳에 묻어있는 많은 추억들을 되새겨 볼 수 있어 좋다.

 

[있다가 놀러감세~]

 

   어허~ 가지사이로 밤나무에 매달려 있는 녀석이 보인다. 녀석의 몸통과 밤나무의 색상이 비슷하기 때문에 눈에 잘 틔지 않는다. 다람쥐다! 녀석은 꿈쩍도 않고 아마도 내게 시선을 고정하고 있는가 보다. 자리를 떠나는 듯 행동하자 녀석도 가지사이를 내려와 그 구멍으로 들어간다. 지금은 이 녀석이 이 집에 세들어 사는놈인가 보다.

 

[살펴가더라고~~]

 

   얼렁 카메라를 가져와 가지 밑에 서서 휘바람을 부니 녀석이 슬그머니 고개를 내민다. 주변 동정을 살피다가 이내 목을 구부려 아래쪽으로 시선을 놓는다. ㅎㅎ 한참을 부동자세로 내 일거수만 바라본다. 앙증맞은 놈!!! 나무 밑둥쪽으로 내가 몸을 옮기니 녀석도 덩달아 몸을 빼며 내려다보고, 다시 가지 밑으로 이동하니 녀석의 몸둥이도 점차 작아지고,..  ㅋㅋ

 

[멀리 안나강게~ ,..]

 

   한참을 녀석에게 줌 해 보았다. 방향을 바꿔가며 셔터를 눌러대도 녀석은 미동도 않는다. <뭐하는 녀석이야!> 반문이라도 하 듯,... 한동안은 녀석이 이 곳의 주인행세를 할 터이다. 몇몇 상순의 가지는 이미 말라 버려 뭔가 허전하다는 느낌도 든다. 어렸을때에는 바람이 부는 날 새벽이 되면 동네 아이들 떨어진 밤을 줍기 위해 많이들 몰려던 곳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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