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길 국토종주
국토종주 후 참 빠쁘기만했던 일상의 일들이 어느 정도 안정이 되었다. 장거리였던 만큼이나 집 떠나면 개고생이라던 말을 여러차례 되뇌이며 생각이 많았고 느낌도 컸던 자전거길 여행이었지만, 인생의 전 구간에 비하면 하루 분량 밖에는 안 될 차곡차곡 쌓였던 나의 자전거길 이야기꺼리,... 내 생에 단독여행으로는 아마도 제일 긴 여정의 여행이었을거고 자신을 많이도 돌아볼 수 있었던 여행이었다. 이제서야 블에 올려본다.
[국토종주 인증]
6. 4. 월요일. 8시20분쯤 양평역에 도착해서 재차 장비를 꼼꼼히 점검하고 드디어 자전거길 국토종주를 위해 자전거의 패달을 힘차게 밟았다. 국토종주의 구간은 인천 서해갑문 ~ 아라뱃길 ~ 김포갑문 ~ 한강 ~ 남한강 ~ 새재길 ~ 낙동강 하구뚝(을숙도)까지의 구간이다. 아쉬운 것은 전날 열심히도 충전해 두었던 아들래미 pm3를 가져오지 못했다는 것이 마음에 걸렸지만,.. 되돌아가겠다는 생각은 일절 하지 않았다. 8시40분 역에서 길을 물어 가까이 양평문화원을 찾아 수첩에 인증스템프를 찍었다.
[앙덕쉼터에서 - 쉼터 마스코트]
좁은 자전거길의 이정표를 따라 다리밑을 통과하여 남한강변을 달렸다. 기분이 좋은 만큼 하늘도 맑다 싶었다. 남한강 물줄기의 수면위로 미끄러져 가는 흰 구름을 보며 붉게 칠해진 자전거의 전용도로가 주변의 녹음보다 더 시원스레 잘 그려져 있다고 생각했다. 오가는 자전거만 주의한다면 차량의 방해를 받지 않고 정말 편안한 여행길이 될 거라는 확신을 가져 보았다.
[이포보]
그 동안 아라뱃길과 한강을 오르내리며 하루 평균 60, 80km의 거리를 늘려가며 체력을 좀 단련했다고는 하지만, 이번 여행에서는 그 보다 더 긴 아니 몇 배 이상의 거리를 주행해야 했다. 사실 내 자전거에 부착된 미터계에는 여행의 마지막 날 을숙도에 도착했을때 총 670여 km에 가까운 거리가 기록되어 있었다. 다소의 오차가 있을 수 있겠지만,...
[여주보]
어쨌든 첫 날의 출발은 기분 좋았다. 동안 계획했던 일을 실천한다는 것이 제일 그러했거니와 시원스레 내 몸을 스쳐가는 바람과 탁 트인 원거리 강변의 풍경을 음미하며 아주 특별히 준비된 레드카펫 위를 미끄러지듯 질주한다는 상상이 복합되었기 때문일 거다.
간간히 매니아들을 위한 주막이 길 옆으로 자리를 잡고 있어 여행내내 먹거리는 걱정 없겠다 생각했지만, 여행을 마치며 내가 생각했던 것이 잘못 되었다는 것을 알았다. 현충일 휴일에는 많은 곳의 음식점이 문을 닫았고, 보 마다 편의시설도 마찬가지여서 어려움이 더했다.
[신륵사와 황포돗배]
여주를 향해 가던 길에 처음 마주친 것이 <후미개고개>다. 첫 날이라 어지간하면 타고 오르려했지만, 보이는 <앙덕쉼터> 에서 요기나 할 겸 짧게 걸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다녀간 모양이다. 쉼터의 간이막 벽면에 남겨놓은 자취들이 자신들의 의기양양함과 이곳의 선전을 알리기에 부족함이 없이 빼곡하게 붙어 있다.
인터넷에 나온 녀석이라며 쉼터의 마스코트 <풍산이>인가를 소개해 주는 주인은 첫 손님인 듯 내게 녀석의 지저분한 모습이 안스러운지 어제 목욕을 시켜놨는데 더러워졌다며 연신 녀석을 구박 했다. 귀여운 녀석,.. ㅎㅎ
[강천보]
주인장이 미리 끓여 놓았다는 미역국에 식사를 하는 동안에도 몇 몇 분들의 지남이 보인다. 애초에 국토여행을 하며 많은 풍경을 담아보겠노라 다짐을 한 바다. 사진은 좋은 추억이 될 거라는 자부심도 컷던 바 였다. 식사를 마치고 고개를 올랐다. 처음에 생각했던 것보다 오르는 길은 그리 힘들지 않았지만, 반대편으로 내리막은 경사가 심했다. 이런 고개쯤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여행을 계획하면서 해발 529m의 <문경새재길>이 더 크게 걱정되었기 때문이다.
[충주댐 위 광장]
강변으로 이어지는 쭉 뻗은 뚝방 위의 자전거도로를 갈때에는 땀을 거두어가는 역풍의 시원함이 고마웠지만, 구간 내내 무더위 속에 이 녀석도 주행의 어려움에 한 몫을 해 주었다고 생각해 보았다. 멀리 <이포보>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 모든 보의 모습을,... 그리고 혹 야간행이 이어지게 된다면 야경도 함 담아보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내내 야경을 한 번도 담아보지 못해 아쉬움 또한 컸다.
[탄금대 인증센터]
첫 날 느즈막하게 알게 된 사실이지만, 사진을 찍는 시간이 참 아깝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한 곳에서의 휴식하며 촬영하는 시간이 보통 20-30분,... 전 구간에서 이루어지는 것을 감안한다면 엄청난 시간이 소비될 거구, 결국 하루나 이틀 정도의 여행길을 더 늘려야 된다는 결론을 얻었기 때문이다. 결국 이러한 생각이 이번 여행에서 나의 작은 목적을 거두어 가고 말았다.
[이화령 정상]
강변의 녹지대에 시설중인 공원의 모습과 전반적인 시설이 전 구간에 걸쳐 다소 미약하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한참 공사중인 곳도 더러 있었다. 길의 이정표가 헷갈려 한참을 애먹은 곳도 더러 있었다. 도심을 가로지르기도 했고,.. 주민분들에게 물어 물어 먼 거리를 돌아가기도 했다. 많은 사람들도 그러했을 거라는 생각을 하니 자전거길 홍보보다는 이러한 부분에서의 미흡함을 서둘러 보완해 주었으면 하는 바램도 컸다.
[마애불좌상 - 보물 제 97 호]
지나는 길에 강변에 시설된 캠핑장을 보니 문득 텐트를 가져왔으면 하는 생각도 했거니와,.. 짐의 무게를 줄이는 것이 더 좋았다는 생각에 찬성해 보았다. 언젠가는 야영을 해 볼 날이 있겠지 하며,.. 여주보를 건넜다. 많은 사람들이 4대강 사업에 이견을 두었었다. 환경의 파괴가 가장 큰 원인이었을 거다. 나 또한 그 의견에 공감한다. 하지만 사업이 진행된 이상 잘 가꾸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불정역 - 근대문화유산 제 326 호]
4일째 되던날 야간 주행을 하게 되면서 격은 바다. 어둠이 내려앉은 낙동강 하구의 강변을 달리다 보니 자전거길 여기저기의 숲에서 마구 뛰어다니는 덩치 큰 녀석들을 볼 수 있었다. 추측하기로 아마도 고라니 같은 녀석들이 숲에서 쉬다가 내 움직임에 놀라 이동한 것이 아니였나 싶다. 많은 동물들이 강가의 습지에서 서식하고 있다. 이들의 보호를 위해 지속적인 노력이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신륵사에 다녀오긴했지만 강건너에서 보는 풍경도 제법 맛갈스럽다 여겼다. 보는 각도와 방향에서 풍경이 건네주는 아름다움도 각양각색이구나 싶다. 이 편의 나룻배와 어우러져 신록에 묻힌 신륵사의 작은 기와지붕과 누각이 밋밋하게 드러나 주었다. 황포돗배가 놓인 강물을 보니 금새라도 저 곳으로 첨벙거리며 뛰어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쉬움이 많은 우포늪을 생각하며,..]
<강천보>를 건넜다. 보의 끝에 매달려 가파르게 휘어진 길이 주의를 요하는 구간이다. 자전거를 끌고 가도록 안내문이 있음에도 왠지 운행을 하고 싶어지는 마음이 발동하는 것은 다수의 사람들에 적용되는가 보다. ㅎㅎ 앞서가던 분이 안되겠는지 중도에 내려서 끌고 간다. 벌써 세개의 보를 통과했다. 여행 내내 카톡으로 내가 아는 사람들에게 생중계를 하듯 지나는 곳의 풍경을 담아 글을 올렸다. 많은 응원의 메세지가 날아왔다. 기분이 참 좋았다. 여행을 무사히 마칠수 있었던 원동력이 되었던 것 같다.
원주 이정표가 보이는 듯 하더니 남한강대교를 건너자 어느덧 충주의 이정표가 띈다. 도의 경계에 접어든 것 같다. 강변의 자전거길이 편안하기는 하지만, 때로는 쉴 곳이 마땅치 않다는 생각을 많이 해 보았다. 작은 벤치가 놓여져 있기는 하지만 잎이 무성하지 않은 작은 나무의 아래로 그늘이 지지 않아 쉬어가기가 엄청 곤란함을 느꼈다. 목이 마를 정도로,...
[탄금대에서]
<충주댐>의 이정표를 따라 가면서 여전히 발놀림을 빠르게 해 보았다. 연신해서 국도와 둔치의 전용도로를 오가며 언덕진 댐의 정상으로 향했다. 방향이 같은 사람들의 다른길이 웬지 낮설게 느껴지지만 나도 모를 호기심이 발동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정표를 많이 벗어나 지나지 않으려 노력을 많이 했다. 댐의 정상까지 오르는 길도 제법 감당하기 힘들었다. 초입에서 내려 다소의 거리를 걸었다. 이번 라이딩에서는 산행을 하면서 전향하신 분들이 제법 있었다. 나름 새로움을 추구하기 위해서였을 거다.
[걱정이 가장 앞섰던 문경새재길]
정해진 목적지에 도착을 할 때마다 나도 모를 마음의 환호성이 많이 표출되었다. 일종의 성취감인지도 모르겠다. 사실 많은 사진을 남겨보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았지만 삼각대를 펼 시간이 별로 없었다. 주변의 사람들에게 부탁을 많이 했다. 라이딩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지는 않았지만, 구간 구간에서 나와 같은 독립군이나 다수의 무리를 지어 가는 모습들도 눈에 띄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친구가 되고 여행의 고단함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었던 것 같다.
[안동보조댐 위 호수에 있는 월영교]
<탄금대>의 하늘은 구름이 많았다. 구름사이로 내리쏘는 햇살을 담았다. 넓은 호수위로 드리워지는 엷은 빛환상적이지는 않지만, 문득 남겨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혼자 여행을 하는 사람들의 목적지가 각각 다양하다. 이곳에서 나의 의지만큼 담아오지 않았던지 동행하고 싶어하는 사람도 있었다. 집으로 전화를 하며 허락을 받는 모습이 참 바쁘다 여겨진다.
햇살의 기운은 남아있지만 느즈막히 수안보에 도착을 하고보니 나도모를 아쉬움이 가득하다. 문경새재를 넘으면 다음날 조금은 수월할거라는 기대가 앞섰지만, 다음날의 여정에 무리일 거라는 생각이 이를 무너뜨렸다. 잠재워지는 생각 속에 주변을 둘러 숙박업소에 머물며 나름 새로운 계획을 추진했다. 남은시간은 옷을 세탁하고, 다음날의 여유를 가져보자며,...
[안동댐 정상에서,..]
이틀째다. 6시에 기상을 해서 준비한 간식을 해치우고 출발했다. 새재는 생각했던 것보다 쉬웠다. 완만한 경사의 길을 지구력과 허벅지의 근육만 잘 감당해 준다면 능히 오를만하다는 생각이 힘을 주었다. 실제 저단으로 충분히 넘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다행히 주행하던차에 친구를 만나 쉽게 오를 수 있었다. 많은분들이 의외로 새재길을 다녀가지 않았다. 나와 같은 생각으로 엄두를 내지 못했음이라 짐작해 보았다.
<이화령>의 정상에 오르니 최고의 난코스로 여겨졌던 곳의 정복이라는 희열이 여행의 모든 것을 잠재워 주는 듯 싶었다. 한참 동안 동행하였던 친구와 같은 생각의 이야기를 했다. 내려가기 싫을 정도로,....ㅎㅎ 내리막은 정말로 시원스러웠다. 브레이크 없는 자전거였음 좋겠고,.. 곧장 뻗어주었으면 더이상 바랄 것이 없겠다는 생각을 버릴 수 없었다.
[남지철교 옆 풍광이 좋은 사찰]
<문경불정역>은 폐사된 역이다.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역사를 배경으로 바이크열차를 운행하는 가족단위의 여행객들의 모습이 참 보기좋다. 나의 이러한 장거리 여행에 비하면 참 여유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져 눌러 앉아 이들과 함께 미니열차에 올라 패달을 밟아 보고싶다는 생각에 잠시 여행의 고단함을 달래어 보았다.
문경새재를 넘으며 동행하였던 친구와 상주 <상풍교>에서 헤어졌다. 배낭에 넣어온 참외를 땡볕의 간이 쉼터에서 하나씩 나눠먹고 이쯤에서 식사를 하자고 건의하였지만, 주변에서 먹거리 해결이 참 막막하다는 걸 느끼며 나는 안동댐으로 친구는 연신 낙동강길을 택했다. 안동댐으로 향하는 길에서 난 탈진상태에 접어든다. 물도 떨어지고 먹거리도 참외 하나가 전부다. 무지의 여행을 하는 것도 아닌데 참 서글펐다.
[낙단보]
오후 늦게 안동에 도착했다. 강변의 이름 모를 다리의 그늘아래서 잠시 휴식을 취하다 먹거리를 찾아 나섰다. 시장의 어귀에 있는 굴밥집에서 잘 넘겨지지 않는 식사를 하며 고비를 넘기자는 다짐을 했다. 해는 벌써 기울어 땅거미 내려앉은 상태다. 더 이상의 여정이 어렵다는 희미한 생각이 나의 발목을 잡았다. 근방의 숙소를 찾아 잠을 청했지만 이어지지 않는 시간의 무던함이 참 견디기 힘들었다. 두어시간 방바닥을 뒹굴다 약국을 찾아 근육통에 사용할 거나 찾아봐야겠다 싶었지만 이미 문을 닫았다.
피곤도 피곤함을 모르겠다. 한낮의 땡볕과 무더위에 너무도 지친듯 싶다. 마음을 추스리며 어느순간 곤히 떨어진듯 싶다. 미리 마춰둔 알람이 두툼한 내 눈에 자극을 주었다. 여섯시,.... 작은 한 켠의 세면장에서 찬물에 머리를 감으니 정신이 좀 나아졌다. 주인 몰래 현관문을 열고 길을 나섰다. 24시간 김밥집에 들러 김밥 두줄을 주문했다. 역시 입맛도 돌아오지 않은 상태지만, 체력의 고갈을 막기 위해 꾸역꾸역 넘겼다.
[구미보]
삼일째다. 나머지 한줄은 포장을 주문했다. 이른 아침의 출발은 땡볕에서의 고난을 다소 피하자는 생각에서다. 보조댐의 광장에 도착하자 월영교의 다리 아래로 운무가 장관이다. 미리 수변에서 이 아름다움을 담고 있는 진사님들이 모습도 여럿 보인다. 한켠에서 기분을 상기시키며 나도 가세를 해 보았다. 정말 멋진 장관이 아닐 수 없다는 생각이 전날의 고단을 좀 물려 주었다.
역시 시간은 금이다. 안동댐으로 이어지는 산길의 초입으로 낯선 스님이 백구와 산책하는 모습이 보였다. 난 개가 참 싫다. 나의 그 모습을 알아차렸는지 스님은 나와 반대쪽으로 백구를 안내하며 걸었다. 산길 초입은 매우 강했다. 자전거에서 내려 걸었다. 한참을,... 인근 산사에서 울려주는 불경소리가 맑다 싶다. 그 소리를 들으며 댐의 정상으로 잔잔한 노를 젓듯 패달을 밟았다. 금새 정상에 오를 수 있었지만 내가 원하는 붉은색의 부스를 찾을길이 없다.
[낙단보에 있던 석불같다...]
이번 여정에서 새삼 두어번씩 느낄 수 있었던 것은 막막한 이정표가 잘 듣지도 않는 상당한 신경제의 역할을 해 주었다. 많은 사람들이 나와 같은 생각을 공유하고 있었을 거라고 갱각 해 보았다. 시간이 좀 지나 많은 자전거길의 공사와 주변의 시설이 완비된다면 모르겠지만,... 지친 몸에 부화가 나니 더욱 갈피를 잡지 못하겠다. 걍 집으로 갈까?,....
<상주보> 아래로의 여정은 비교적 수월했다 여겨진다. 여행길에서 먹거리를 해결하지 못해 어려움이 많았다. 고개길의 쉼터에서 허기진 배를 달래며 쉬고 있을 때 대구에 사시는 분을 만났다. 주변에서 먹거리를 찾기가 어렵다며 이야기했더니 자신은 길이 가깝다며 선듯 배낭속에서 김밥을 꺼내 내게 한 줄을 전해 줬다. 정말 고마웠다. 산을 다니면서 남들에게 도움을 받았는데 그 고마움을 알겠더라는 이야기까지 하면서,... 출발에 앞서 나는 참외 하나를 건네줬다.
[어딘지?]
도중에 제대한지 두어달 되었다는 강원도의 청년을 만나 동행하게 되었다. 인천 서해갑문에서 출발했다고 한다. 원래 양평에서 출발할 때 말문이 트이기는 했지만, 시간이 많은 그 청년보다는 내 마음이 급한지라 나의 속도가 더 빨랐다. 하지만 안동을 들러 오는 시간에 새삼 만나게 되니 기쁨이 더욱 컸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강정고령보>를 지나 찜질방에서 하루를 함께 유숙했다. 젊은 사람답지 않게 참 온유하고 생각이 깊어 보였다.
사일째다. 아침에 잠이 많다는 젊은이를 깨우지 않고 두어 간 일찍 출발했다. 끝까지 함께하고 싶었지만 역시 급하기는 내가 더 하다 싶은 생각에 서둘렀다. 다음날 비가 내릴거라는 일기예보가 발걸음을 더욱 재촉하게 하지는 않았나 생각된다. 남은 거리는 200여 km가 조금 넘어 보인다. 하루의 일정으로는 무리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야간행을 더해 보기로 했다.
[칠곡보]
<창녕보>와 <함안보>의 구간은 내가 알지 못하는 복병의 구간이 많았고, 거리도 제법 길었다. 전날 부산에서 역으로 올라오고 계시는 분에게 들은 최악의 구간이 좋은 아침의 기분을 망가뜨리며 말로만 듣던 올것이 왔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제법 높은 산길의 고개를 서너개 넘어야 했다. 도저히 타고 갈 수 없는 길이라 여겨졌다. 또 다시 탈진에 체력의 고갈이 이런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이름 모를 새들의 울음소리를 친구 삼았다. 처음 생각했던 자전거길,... 참 평온할 것만 같았지만, 이 구간을 지나면서 극기훈련이 따로 없겠구나 여겼다. 깔딱고개라는 곳에서 많이 힘들었다. 지역에 사시는 분들도 그 의미의 이야기를 해 주었다. 고개의 쉼터에서 금새 길을 떠나는 분들이 있었다는 이야기도 했다.
[강정 고령보]
도중에 아홉분의 아지매들을 만나 마지막 고개는 쉬이 넘었다. 칠순이 넘는 분이 세분이나 동행하는 중이라고 한다. 대단하다여겼다. 가는길에 뽕나무의 가지를 휘어잡아 오디도 따 먹고,.. 산딸기를 따서 입속에 넣어 우물거리며 기분전환을 해 보았다.
고개길 어귀의 마을 정자에 쉬고 계시는 동리 어르신들께 물통에 물을 공급받고 어르신들에게 물값이라며 레몬 하나를 드렸더니 좋아 하신다. 어르신 한분이 이곳을 지나는 객들에게 물을 팔아야겠다고 하자 다른분께서 돈받으면 아무도 안 살거라며 모두들 웃으시는 모습들이 참 정겹다 느껴진다.
[달성보]
고개를 넘으며 앞서 달렸다. 마지막 고개일거라 생각하니 금새 마음이 환해졌다. 내심 야간행군을 준비했으니 부지런히 달려야 한다며,... 함안보에 도착하자 나이가 좀 드신분이 수고했다며 커피 한 잔 하라신다. 내가 투덜대며 과정을 이야기 했더니,. 많은 분들도 나와 같은 생각이라고 했다. 일부 구간이 사유지라 그렇다는 이유다. 그래서 이렇게 커피를 대접해 주신다고,... ㅠㅠ 그 말에 기분이 풀렸다.
인증샷을 하고,.. 커피를 마시는 동안 아홉분들이 도착하면서 같은 분위기를 연출한다. 뒤에서 이야기를 들으며 내심 미소를 지어 보았다. 다시금 수통에 물을 보충하고 이내 출발했다. 아홉분들은 나와 동행을 했으면 하는 마음이었지만 일부 어르신들이 속도를 맞출 수 없다며 먼처 출발을 권했고, 앞서 달렸다. 점점 어둠이 내려 앉았다. 강의 하구에 접어들면서 비교적 평탄한 길이라 여겼다.
[가장 힘들었던 구간의 산길 2곳,...]
삼량진역까지 가는 구간이 강변을 따라 가장 길게 꾸며진 길이라 여겨진다. 강의 뚝을 따라 한참을 달렸다. 역 주변에 도착하니 어둠에 쌓였다. 인근 슈퍼에서 길을 물어 주변의 상황을 살폈다. 부산까지 야간에 다니는 사람들도 많다고 했다. 약간 취한 주인 어르신,.. 군생활,.. 서울생활,. 자식자랑,.. 끊임없이 이야기가 이어졌다. 상대가 바쁜사람이라 여겨지지 않은가 보다. 쉴겸 한참을 이야기 듣다 도저히 끝이 없겠다 싶어 무작적 인사만 드리고 출발했다. 내 뒤에서도 계속 말이 이어지신다.
피곤이 몰려왔다. 야간의 둔치길에는 보이지 않는 주변의 마을 불빛이 하늘로 쏘아지고, 기차길의 표시등과 가로등 그리고 멀리 강변으로 밀집된 등불이 전부다. 가끔 풀숲에서 튀어다니는 녀석들이 있다. 아마도 평온하게 쉬고 있던 고라니들이 아닌가 싶었다. 녀석들은 나를 볼 수 있겠다지만, 내 잔차에 부딪칠까 조금은 걱정도 들었다. 더이상의 주행이 힘들겠다 여겨지며 유숙할 곳을 찾아보기로 했다. 마을이 띄엄띄엄 있어 어려웠다.
[창녕함안보에서 인증샷]
울 직원에게 전화를 걸었다. 원동역 주변이라며 인터넷으로 주변 환경을 알아달라고 주문했다. 인근에 양산시가 있다며 조금 더 가길 바랬고, 물금역 주변으로 숙박시설이 있다고 했다. 부산도 가깝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갈등이 생겼다. 결국 꾸역꾸역 가면서 유숙할만한 곳이 보이는데서 무작정 쉬기로 했다. 이틀째의 피로함이 가득했다. 한참을 지나 물금역의 이정표를 확인했고, 아쉬웠지만 짐을 풀었다.
닷새 째다. 전날의 일기예보를 걱정하며 일찍 일어났다. 인근 식당에서 아침을 챙겨 먹고 있는데, 보슬비가 내렸다. 그럭저럭 운행에 지장을 주지 않을 듯 싶었다. 식사가 끝나는대로 출발했다. 강변의 공원정비가 한창이다. 내리는 비를 아랑곳하지 않고 자전거를 탄 사람들의 이동이 잦았다. 쉴 참에 길을 물으니 얼마 남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강폭을 보니 바다와 가까이,...]
부산에 들어서면서 아직 우의를 챙겨 입지는 않았지만 빗줄기가 제법 커졌다. 넓은 강으로 몇 개의 다리가 놓여진 것이 보인다. 멀리 강 한가운데 섬으로 느껴지는 습지가 보이고,... 뚝방길을 따라 달렸다. 도심이 가까워짐이 느껴졌다. 집을 떠난지 5일째 되는 날이다. 을숙도의 모습이 가까워지고 있다. 묵직하게 이어진 다리를 건너면 이 긴 여정의 종착점이다.
[을숙도 입성]
비속을 꾸역꾸역 달려 드디어 을숙도에 입성했다. 이보다 더 좋을 순 없을 거다. 땀에 젖고, 비에 젖고,.. 하였지만, 마음만은 엄청 가벼웠다. 누군가 아는 사람이라도 있으면 얼씨구나 부둥켜 안고 나의 긴 여정에 축하를 해 주었을거라며 주변을 둘러 보았다. 두어 사람 이번 라이딩에 입성한 사람들이 인증을 받고 있었다. 나도 뒤에 줄을 섯다. 기분좋게 안내 도우미에게 수첩과 추가 내용을 기록해 주었다. 인증스티커를 붙여주고, 기념스티커를 건네 주었다. 아무것도 아닌듯 싶지만 인증번호가 기록된 수첩을 한참 들여다 보았다.
[낙동강문화관 앞에서]
자신과의 싸움,... 고독,... 많이도 느꼈고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좋은 시간이 되었던 것 같다. 이 글보다 더 긴 여정의 이야기가 자세히 기록되지는 않았지만, 이 정도만으로도 후일 여행에서의 마음을 돌이켜 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꼭 들러보고 싶었던 곳도 있다. 하회마을, 회룡포, 우포늪,... 더 멀리 가야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함께 해 보았다. 앞으로 4대강의 종주를 목표로 더욱 달려볼 생각이다. 그리고 국토여행도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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