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파주(1) - #파주 여행 #라이딩 #율곡리 #백로
<통일의 관문>,... 국토의 분단과 더불어 여러 행정구역이 군사분계선과 인접해 있다. 동쪽의 고성 통일전망대 길이 한때에는 금강산 관광을 위한 육로로 사용되었던 적이 있기도 했지만, 이곳 판문점 만큼이나 대북 교류에 있어 빈번한 출구는 아닌 듯 싶어 명성에 걸맞는 이름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첫날의 여정은 동북쪽이다. 통일공원 ~ 파주향교 ~ 파주교육박물관 ~ 두루뫼박물관 ~ 율곡선생유적지 ~ 칠중성 ~ 임진강황포돛배 ~ 파산서원 ~ 화석정을 둘러본다는 계획을 나름 세운터이지만, 여정을 마치고 보니 지체한 시간이 많아 경유하지 못한 곳이 참 많았다. 세세히 구경을 하려면 한도끝도 없겠다.
[파주 여행 첫 날 여행로(붉은색)와 계획로(청색)]
주변에 있는 도라전망대, 제3땅굴, 임진각 평화누리에는 분단의 아품을 겪은 많은 사람들과 통일을 열망하는 이들로 연중 분주한 모습일거고, 민통선이 있고 군사시설이 많아서인지 사뭇 통제 구역도 많은 것 같고 뭔가 제약을 받는다는 느낌이 강하지만 평화와 자유의 땅 파주시이다.
[군사분계선이 가까이 있어 더욱 숙연해지는건 아닌지 모르겠다]
주말.휴일에는 전철의 앞.뒤 칸에 자전거를 탑승시킬 수 있다. 평일이었지만 이용객들이 적은 시간대라 시간을 단축하자는 의미로 승차하여 약 40여분 만에 문산역에서 내렸다. 출발전에 대충의 이동로를 계산해 보았지만, 역시 지도만큼 좋은 길선생은 없겠다 싶어 언제나 처럼 문산읍주민센터에 들러 안내도를 교부 받았다.
[많은 탑과 비의 주인공들은 우리들의 진정한 영웅일거다]
임진강변으로 붉게 그어진 선은 민통선이다. 강을 건너 탐방은 불가하다. 다수 교육프로그램이나 단체의 관람을 위해서는 미리 신청을 해야 할 터이다. 임진각 평화누리에서는 매월 1회 자전거 마니아들을 위해 <DMZ MTB 탐방>의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어 민통선 내로 들어갈 수는 있겠지만, 여태 한 번도 참가해 보질 않았다. 나중에 한 번 신청해 보고는 싶다.
[공원 내 지석묘]
파주는 참 특이한 내음으로 다가왔다. 가는 곳 마다 밤나무의 꽃이 참 많이 피어 있었는데, 그 꽃의 표현할 수 없는 내음이 그것이었다. 역겹지는 않지만 은은하지도 않고 새콤하지 않지만 코의 감각을 자극하는 내음이 가는곳 마다 진동을 했다.
나중에 알게되었지만 이 밤나무는 율곡선생의 출생에 있어 생사와 무관하지 않다는 이야기다.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너도밤나무>,... 그 한 그루의 밤나무가 율곡선생을 훌륭한 학자로 태어나게 한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민가의 지붕위로 활짝 핀 밤나무의 꽃과 가만히 살펴보면 백로서식지이다]
파주읍주민센터에서 남쪽으로 국도변에 <통일공원>이 조성되어 있다. 공원의 규모가 그리 크지는 않지만 많은 충용탑과 전공비, 추념비가 세워져 있다. 모두 동족상잔의 비극이었던 한국전쟁을 치뤘던 분들에 관한 것일거고 오늘날 자유로운 우리의 나라 대한민국을 지켜준 분들의 이름일거다. 모두의 가슴에 정치적 이념을 보다는 이러한 분들의 숭고한 희생에 감사하는 마음이 항상 앞섰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봉서산 산림공원 안내도]
파주의 진산이라 불리는 <봉서산>은 고대 전설에 나오는 봉황이 깃들어 즐기며 노래하던 곳이라 하여 호칭되었다고 한다. 봉황은 전설에 나오는 새로 오동나무에 살면서 대나무 열매를 먹는다고 전해진단다. 파주읍의 중심에 위치한 봉서산은 문산포구를 바라보는 군사요충지로 삼국시대 백제가 축조한 봉서산성에서 임진왜란 당시 권율장군이 행주대첩에서 승전을 거두고 이 산성으로 돌아와 수비하였던 곳이기도 하단다.
[숲을 들여다 보니 백로서식지이다. 소나무군락은 황폐화되고 새집은 마치 아파트를 연상케 한다]
봉서산 자락에 <파주향교>가 있다. 앞쪽으로 홍살문이 있는데, 군사시설이 들어서 있어 홍살문의 기능이 막힌 듯 싶어 답답해 보인다. 이 향교는 경기도 문화재자료 제83호 이다. 공자와 여러 성현들께 제사를 지내고, 지방민의 교육과 교화를 위해 나라에서 세운 교육기관으로 파주향교는 태조 7년(1398)에 처음 지어졌다고 한다. 건물 배치는 교육 기능을 수행하는 강당인 <명륜당>을 앞에 두고, 제사 지내는 공간인 <대성전>을 뒤로 배치한 전학후묘 형식을 이루고 있다.
[봉서산의 등산로와 향교 이정표 - MTB코스로도 좋을 듯 싶다]
대성전은 앞면 3칸, 측면 2칸의 규모이며, 지붕은 옆에서 볼 때 사람 인(人)자 모양인 맞배지붕으로 단아한 모습을 지니고 있다. 지붕 처마를 받치기 위해 장식하여 만든 공포는 새 날개 모양으로 꾸민 익공 양식이다. 기둥 사이에는 윗쪽의 무게를 받기 위해 각 칸에 2개씩 꽃받침(화반)을 설치하였단다. 측면 2칸중 앞쪽에는 기둥이 서있는 마루 없는 테라스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
[봉서산 기슭의 파주향교 전경]
근대식 민가의 모습을 한 대성전의 모습이 다소 소박해 보이기는 하지만, 경사면의 마당 양쪽으로 석축을 하여 갖춘 동.서재의 모습은 여느 곳의 그것과 같아 보인다. 대성전에는 공자를 비롯한 그 제자와 우리나라 성현의 위패를 모시고 있다고 한다. 조선시대에는 나라에서 토지와 노비. 책 등을 지원받아 학생을 가르쳤으나, 지금은 교육기능은 없어지고 제사 기능만 남아 있다는 안내문이다.
[빼곡하게 들어선 백로아파트?,..]
이번 여정에 있어 특별 보너스는 백로서식지의 발견일거다. 재잘대듯 울음소리와 소나무 위로 솟구쳐 오르는 녀석들의 모습들을 보고 찾아갔는데, 세상에~~~ 어마어마한 숫자의 백로들이 모여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동네분들에게 물으니 작년에는 건너편의 산에 있었는데 올해에는 이곳으로 날아왔단다. 멀리 날지 못하고 집 주위에서 어미의 먹이를 기다리는 듯 울부짓는 소리,.... 새끼들은 서서히 둥지를 떠날 차비를 할 거다.
[파주를 진동시킨 밤꽃 내음]
한편으로는 아쉬운 마음의 걱정도 들었다. 백로들이 둥지를 틀었던 곳에는 많은 소나무들이 말라 죽어 있다. 녀석들의 배설물이 식물의 성장을 방해한 것 같다. 녀석들의 모습이 참 장관이기는 했지만, 비쩍 말라버린 소나무군락지의 폐허화된 모습에서 반대 급부의 아쉬움이 느껴짐은 어쩔거나?,.. 이녀석들!,... 환경파괴의 주범?,... 녀석들 삶의 터전에도 전세대란이 시작된 듯 가지사이로 빼곡한 둥지는 처음 본다.
[학교 담벼락의 금의환향 행렬도]
"물어~~ 물어~~~ 찾아왔네,.." 제목 불상의 노래 한 구절이 생각난다. 시골에서 자랄때 동네 아저씨의 약주 한 잔 하시고 귀가하면서 부르던 노래,... ㅎㅎ 초행길의 여정은 참 많이도 물어 물어 가야 한다. 커다란 이정표가 있기는 하지만, 이곳 저곳에 붙어 있으니 어느길이 가까운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선택을 잘못하면 오히려 배가 되는 길을 돌아가기도 한다. 어짜피 여행이 목적이니 문제될 것은 없지만 말이다.
[화석정시 - 율곡 이이]
두서너곳 들렀는데 시간이 참 많이도 경과 되었다. 보기좋은 지도에 표시된 길은 방향만을 암시할 뿐이지 정확한 거리의 측정까지는 무리다. 참 가까이 보이는 길이지만, 한참을 돌아서 가기도 하고 뜻 밖의 고개와 언덕이 나오기도 한다. 그래서 나의 차림새도 만만치 않다. 항상 산길과 숲을 경유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땡볕에도 등산화에 목이 긴 옷을 입는다.
[경기도 율곡교육연수원]
법원읍에서 <율곡선생유적지>의 이정표를 보고 달렸다. 한참만에 고개를 넘으니 <경기도율곡교육연수원>이 나온다. 아마도 자운서원이 가까이 있음이겠다 짐작하며 내려가는 길에 연수오신듯 한 분에게 물으니 이내 주차장이 나온단다. 이미 다수의 학생들이 견학을 온 듯 싶다. 주차장의 차량만큼은 아니겠지만, 관심있는 분들의 나들이도 이어졌다.
[사적 제525호 율곡유적지]
<율곡선생유적지>에 들어서면 우측으로 율곡기념관이 있고, 정면으로 연못을 지나면 담장이 이끌고 서 있는 <여견문>이 있다. 이 곳이 선생의 가족묘가 있는 곳이다. 묘역에 들어서면 정면의 능선으로 위에서부터 이이선생과 부인 곡산노씨묘, 그 앞으로 이이의 맏형 부부, 그 앞쪽에 이이의 부모, 이이의 맏아들 묘가 차례로 자리하고 있다.
[유적지 내 녹지와 좌측의 자운서원]
묘역을 돌아보고 내려오는 우측으로 (기념관 건너편) 경기도 기념물 제45호인 <자운서원>이 있다. 흥선대원군의 서원철폐령으로 헐렸다가 이후 지방유림들에 의해 재건된 곳이란다. 어느 곳이든 관리가 참 중요하다 여겨진다. 두루 돌아보면서 잘 보존되는 곳인지 여부가 눈에 보이기 때문이다. 정갈하게 꾸며진 서원에 역시 구슬땀을 흘리며 잡초를 제거하시는 분의 노고가 마냥 아름다워 보였다.
[율곡기념관의 사적지 승격 경축]
주차장의 그늘진 곳에서 커피 한 잔에 간식을 먹으면서 다음의 이동로를 살폈다. 오늘의 마지막 경유지는 <화석정>이 될 것 같다. 조금 더 둘러볼 수 있겠지만 휴대폰으로 문자가 당도하였기 때문이다. 문산읍으로 들어가면서 다시 임진강변으로 가야 한다. 얼추 이동로를 잘못 집어 한 참 가는 길에 약수터의 아주머니께 물으니 멀리 돌아가는 길이란다. 찌는 듯한 아스팔트의 열기와 밤꽃 내음이 범벅된 국도를 달리는 맛이란 참 아이러니 하다 싶었다.
[임진강 화석중 입구 교차로]
재차 되돌아 온 삼거리에서 화석정길로 향했다. 정말 더위가 장난이 아니다. 물통의 물이 떨어져 약수터에서 가득 보충했다. 멀리 전용도로 넘어로 넓찍하니 내려다 뵈는 강폭이 임진강이다. 자전거 도로가 있기는 하지만 화석정의 이정표가 어정쩡해서 모르겠다는 듯 산길로 향했다. 포장된 좁다란 길이 오솔길 마냥 느껴졌다. 설마 고갯길은 아니겠지라는 생각으로 달렸는데 작은 공간의 주차장이 보인다.
[풍광이 참 좋은 화석정 앞에서]
서너대의 주차된 차량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미 정자와 주변의 커다란 나무 그늘 아래에서 임진강을 내려다 보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풍광이 정말 좋은 곳이다. 정자에서 묵직하게 휘돌는 임진강의 물줄기와 주변의 경관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요즘 대세인 <자연에서의 힐링>그 자체일 것 같다. 자유롭게 건널 수 없는 우리의 땅,... 한참을 휘둘러 눈여겨 보지만 정말 아쉬움이 많이 남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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