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항과 주변 풍경
가을은 '천고마비'의 계절.
'하늘은 높고 말은 살이 찐다'더니 정말 멋드러진 파아란 가을 하늘이 엄청 높아만 보인다. 저 멀리 수평선 너머로 이어질 마지막 하늘빛까지 초심을 잃지 않을 것으로 생각되는 청명한 가을 하늘.
[안목해변]
커다랗지도 못한 파도가 오르락 내리락 해변에서 짖굿은 장난질이다. 이름모를 여러 물질들을 백사장에 밷어 놓고 그 것을 치워달라며 투정하는 아이처럼 물거품이 정겹다.
[단아한 이미지의 강릉항요트마라나]
항구하면 으레 짭짤한 바다와 물고기들의 내음이 가득하다 하겠지만 이 풍광에서 만큼은 그 진한 내음을 맡을 수 없다. 어느 구석을 보나 정리.정돈이 잘 된 서랍장 같다는 항구의 모습에서 그 내음을 못 맡음인지도 모르겠다.
[강태공의 마음]
멀리 수평선 가까이로 떠 있는 한 척의 어선을 마주 보며 월척을 고대하는 강태공의 마음은 어선의 마음과 같겠지만 누가 이 바다의 주인공인지 모르겠다.
먹이 없는 낚시줄에 이끌려 오르던 커다란 숭어 한 마리가 이 상황에서 벗어나기에는 이미 역부족이다.
[멀리 있을 항구를 바라보며]
저 해변을 따라 시선을 뻗어 보면 사천항, 주문진항, 남애항이 줄줄이 자리하고 있겠지만 포게어진 풍경에서 어디가 어디인지 가늠하기 어렵다. 그져 손가락으로 헤아려 볼 밖에,..
[행복을 꿈꾸는 어선]
농사를 지어야 농부의 마음을 알고, 저 배를 타고 고기를 잡아 봐야 어부의 마음을 알겠다. 그 마음을 헤아릴 수는 없지만 분명 저 어선에는 행복을 꿈꾸는 사람은 있을 거다. 오늘 같은 날 만선의 꿈이 이루어 진다면 더할나위 없이 행복한 하루이겠다.
[항구의 등대]
항구에 시설된 색다른 두 개의 등대가 마주하였다.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는 없지만 자기의 일을 열심히 해 내고 있는 듯 싶어 대견스럽다.
날씨와 무관하지는 않겠지만 주변 방파제에 줄지어 선 많은 사람들이 모두 세월을 낚는 진정한 강태공은 아닌지,...
[항구의 풍경]
모두들 제 일터를 찿아 떠난 항구는 고요하다. 소리 없는 파도, 강태공의 릴 소리를 무시한다면 이 보다 더 조용할 수 없다.
아마도 북쩍대는 시간이 찾아오기 까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