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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기행

강원 인제(8) - 봉정암

by 포리시스 2012. 11. 13.

   봉정암

 

   내가 산행을 하면서 아마도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사찰을 온 듯 싶다. 설악산 해발 1,244미터에 위치한 봉정암. 행정구역은 강원도 인제군 북면 용대2리 690번지이다. 빼어난 자연경관을 벗삼아 다소 행복한 마음의 발걸음으로 이곳을 찾았다. 이곳에 부처님의 진신사리가 봉안되어 있어 많은 불자들을 비롯하여 등산객들이 자주 찾는 암자로 유명하기 때문이다.

 

[깔딱고개를 오른 뒤 사찰 진입로 - 일주문이 있어야 하는데,..]

 

   이 암자는 선덕여왕 13년(644) 신라의 고승 <자장율사>에 의해 창건되었단다. 자장율사가 당나라 청량산에서 3.7일 기도를 올리던 마지막 날 문수보살이 현신하시어 부처님의 <진신사리>와 <금란가사>를 전해주며 해동에서 불법을 크게 일으키라고 부촉하였는바, 이를 모시고 귀국한 자장율사가 이곳 부처님의 형상을 한 바위에 부처님의 <뇌사리>를 봉안한 뒤 오층 사리탑을 세우고 암자를 지은 것이 <봉정암> 이라고 한다.

 

[사리탑으로 오르는 길에 경내 풍경]

 

   난 절에 다니지는 않지만 이렇듯 전해져 오는 전설을 듣는 즐거움과 자연에 묻힌 사찰의 아름다움 그리고 깊이 있는 문화재의 멋을 찾아 사찰을 찾곤 한다. 백담사의 암자에 속해 있는 봉정암은 우리나라 5대 적멸보궁[강원 평창 오대산 상원사, 강원 영월 사자산 법흥사, 강원 정선 태백산 정암사, 경남 양산 통도사] 중의 한 사찰로 부처님의 머리에 해당하는 사리를 모신 <불뇌사리보탑>을 간직하고 있다.

 

[파아란 하늘이 참 좋았던 산행 - 건너편 종무소 건물]

 

   사리는 원래 신체라는 뜻이었으나 불교에서 부처님의 신골을 뜻하는 말로 써 왔다고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후대에 스님의 화장골도 승사리라고 하여 넓은 의미로 통칭하여 왔단다. 부처님의 진신사리는 <탑>에 봉안하고, 승사리는 <부도>에 납치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한다.

 

[사리탑 오름길에 있는 산령각]

 

   백담사에서 출발하여 장장 일곱시간여 만에 깔딱고래를 넘으면서 이 사찰에 도착을 했다. 햇님은 어느샌가 정오를 훨 지나 저물어 가는 듯 다소 붉은빛을 발해 준다. 고개의 아랫쪽에 비하면 이곳의 단풍은 이미 저물어 가는 햇님처럼 빛의 기운을 잃어가는 듯 싶다. 사찰 건너편 그늘진 곳에 드리워진 자작나무 군락지가 흰 눈을 껴 입은 듯 가지만 앙상하게 드러내 주고 있기 때문이다.

 

[불뇌사리보탑]

 

   일주문과 해탈문이 있다고 하나 주위를 둘러 난 찾지를 못했다. 혹 마음의 수행이 부족한 미련한 중생이기 때문인지도 모를 일이다. 신라 문무왕 17년(667)에 원효대사가 머물면서 새로 암자를 짓고 그 후 여섯 차례의 중수를 한 후 6.25전란에 이르러 사리탑을 제외한 모든 전각이 소실되었다고 한다. 1960년 법련스님으로 인해 법당과 요사가 마련된 이후 중창을 걸쳐 세워졌다고 하는데,... 

 

[적멸보궁 뒤 남근바위]

 

   평지에 위치한 여타의 사찰과는 달리 험준한 준령의 고갯마루 부근에 위치한 듯 이곳은 주변이 기암절벽으로 암자를 둘러친 형국이다. 법당 뒷쪽으로 우뚝 솟은 남근바위에서 사리탑 방면으로 암벽이 솟구쳐 오르고, 소청봉으로 향하는 곳의 능선이 동해바다와 그 해안선의 아름다운 모습을 쉬이 볼 수 없게 한다. 사찰의 내력처럼 현대의 콘크리트가 믹서되어 전각들을 계단식으로 배열하고 있다.

 

[해를 등진 사리탑을 향한 끝없는 마음의 기원을,...]

 

   뉘엿뉘엿 지는 서산의 햇님을 보면서 짜투리의 시간에 암자 구석구석을 뷰에 담았다. 법당의 왼쪽편으로 계단의 길을 따라 5분여 오르면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신 5층 석탑이 주변 경관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곳에 위치한다. 기도에 여념이 없는 많은 불자들과 주변에서 기념촬영에 열중인 등산객들의 형형색색 옷차림이 어우러져 지는 단풍을 대신해 주는 듯 싶기도 하다.

 

[탑을 바라보메 장구한 세월이 녹은 듯 하고, 건너편의 산자락엔 계절이 초월한 듯 싶다]

 

   모진 풍파에 사리탑의 표면이 희뿌옇하게 녹아내린 듯 싶다. 장구한 세월 이 높은 곳에서 바람과 비와 눈을 맞으며 홀로 부처님을 지켜왔을 이 석탑을 향해서 작은 깨달음을 얻으러 이 곳에 오는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하다. 불탑을 향해 수없이 부복하는 사람들의 마음 한 구석에는 누구나 부처가 될 수 있다는 간절한 무언가가 내재해 있을지도 모른다.

 

[계곡을 타고 내리는 서릿발 같은 햇살에 감탄하다,..]

 

   사리탑의 뒷쪽으로 위치한 평탄한 바위에 오르니 전망대가 따로 없겠다. 아찔한 곳에 서 있는 것처럼 시원스레 펼쳐진 푸르른 동해바다의 수평선 위로 뽀얀 안개가 층을 이룬 모습이 한 눈에 들어 온다. 험준한 능선의 사이로 멀리 속초시내와 울산바위의 모습도 처음보는 광경이다. 궁시렁거리는 햇님은 능선의 골짜기마다 아름답운 빛내림을 해 준다. 생전 처음으로 보는 주변의 풍광들에서 자연의 오묘함을 새삼 느끼겠다.

 

[석양을 바라보며 자리한 봉정암]

 

   신라의 자장율사가 금강산에서부터 봉황이 빛을 발하는 이곳까지 따라 왔다는 전설만큼 주변의 경관이 형언할수 없이 수려하고 빼어나다. 주위를 둘러보며 한참을 그곳에서 정말 넋을 잃고 자연속으로 시선을 빼앗겨 버렸다. 봉정암의 이름은 봉황이 부처님의 이마로 사라졌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란다. 전설이지만 참 아름답고 오묘한 표현이라 생각되었다.

 

[나름 문화재의 등록이 아쉬웠다]

 

   적멸보궁은 부처님의 사리를 모셨으므로 다른 사찰과 달리 불단은 있지만 불상이나 후불탱화를 모시지 않는다고 하고 법당의 바깥이나 뒷쪽에는 사리탑을 봉안하거나 계단을 설치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곳의 사리탑은 법당을 바라보며 왼쪽으로 윤장대의 계단을 따라 오른다. 산령각을 지나고 커다란 암벽에 <석가사리탑>이라 쓰인 글귀를 보며 조금 더 오르면 설악이 시원하게 펼쳐진 산 정상에 위치한다.

 

[봉정암의 관문 깔딱고개 - 엄청 가파랐다]

 

   동행하였던 직원분은 밤새 수면을 포기한 채 두어 차례 백팔배를 하였고, 그러는 동안에 탑 주위로 빛나는 후광을 보았다고 했다. 아직 내가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이지만 무언가 믿음의 차이라 여겨 보았다. 삐그덕 거렸던 무릎의 관절을 앞세워 주변의 불자님과 새벽녘에 주고 받았다던 나눔의 이야기 속에 깊은 성찰의 시간이 되었음은 아닌가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종무소와 여신도의 숙소]

 

   겨울이 찾아오기 전에 스님은 풍성하게 땔감을 준비해 놓아야 했고, 산사로 돌아오는 스님은 겨울을 보낼 양식을 가져와 겨우내 불도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는 산사 봉정암,..... 정말 많은 사람들이 이 사찰을 찾아 주었다. 하루의 인원이라 생각을 하니 매년 거쳐가는 사람들 또한 만만치 않겠다. 보시를 하고 처음으로 산사에서 묵으며 나름 평온한 마음으로 밤을 보냈다.

 

[석가사리탑]

 

   잠자리에 들기전 어떤분의 이야기다. 언젠가 몸이 무척이나 힘들었는데 산사에서 하룻밤 묵으면서 피곤함이 모두 없어졌다는 이야기에 많이들 공감해 주었다. 사실 좁은 공간에서 뒤척이며 서너 시간 잠을 청한 것 같았는데 새벽녘에 정상으로 가는 발걸음이 참 가벼웠다. 어둠속에 멀어져 가는 암자를 향해 이 곳을 찾고 지나는 많은 분들의 평온한 산행을 기원해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