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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기행

강원 인제(7) - 영시암

by 포리시스 2012. 11. 11.

   영시암

 

   행정구역으로 강원도 인제군 북면 용대리에 위치한 암자이다. 백담사에서 대청봉으로 오르는 등산로를 따라 약 두어시간여 곱게 물든 수렴동 계곡의 단풍을 감상하면서 자연을 벗삼아 가다보면 어느새 이 사찰에 도착 한다. 시월 중순. 울긋불긋 계곡을 수 놓은 단풍의 아름다움이 산행의 고단함을 덜어 주었을거다.

 

[영시암 - 힘든 등산객을 위함인지 좌측의 해우소가 제일 먼저 반긴다.]

 

   깊은 골짜기의 산길이라지만 가끔 나타나는 철계단을 빼면 그져 평탄한 길이 아니었나 여겨진다. 작은 암자라 생각했지만, 역시 법당과 두어 건물을 제외하고는 언제 지어진지 모를 서너채의 새 건물이 법당 주위를 감싸고 있다.

 

[텃밭을 지나면서 등산로 겸 사찰 진입로]

 

   단청이 되지 않은 건물들은 이곳 사찰의 기존 건축물과 참 부자연스럽게 느껴진다. 건물마다 이름표도 걸려있지 않아 더욱 그러한 느낌이다. 아마 새로이 지어진듯한 이 건축물에도 오랜시간이 베어 기둥 하나 하나 그리고 벽면마다 그을려갈 때면 산세좋은 이곳에서의 운치도 제법 있을거라는 생각이다.

 

[언제 지어진지 모를 단청되지 않은 건물들]

 

   점심무렵이라 그런지 공양이 시작된 사찰의 분위기가 제법 북새통을 이룬다. 산사하면 차분하고 고요함을 생각하기 마련이지만 등산객들의 때아닌 방문에 늘 이 시간이면 분주하고 떠들썩해지는 것은 아닌가 생각해 보았다.

 

[텃밭에서 열심히 일하시는 보살님들]

 

   많은 사람들이 건물의 쪽마루에 걸터앉아 국수와 가져온 도시락으로 점심식사 중이다. 내가 사찰에서의 음식을 처음으로 맞이했던 곳이기도 하다. 밑반찬 하나 없지만 소쿠리에 말아놓은 한 덩어리 국수를 그릇에 담으니 담백하게 우려진 뜨거운 국물을 국자로 퍼 주었다.

 

[법당과 범종루 그리고 멀리 약수터]

 

   젓가락으로 몇 번 휘저은 후 말 그대로 후루룩 삼켰다. 많은 사람들을 위해 미리 삶아 놓아 쫄깃한 맛은 덜 했지만, 감사한 마음으로 맛나게 먹었다. 이 많은 사람들을 위한 공양마련에 사찰의 이름모를 분들이 매 식사때마다 참 수고를 많이 하겠구나 싶었다.

 

[경내 풍경]

 

   사찰의 한쪽 텃밭에서 부지런히 채소를 수확하는 보살님들의 손길도 이 사찰을 거쳐가는 나그네들의 발걸음 만큼 분주할거다. 내가 가꾸고 있는 텃밭의 고추는 진작 없어지고 없었지만, 잘 키운 탓인지 초록의 고추대가 실하기 그지없다.

 

[사찰 주변으로 단풍이 참 아름다웠다]

 

   평지의 곡식과 달리 산중에서는 일찍 지는 해가 아쉬워 덜자라야겠지만, 좁은 골짜기를 하늘에 대고 있는 이곳에서는 아마도 가꾸는 사람의 정성이 더욱 깃든것이 아닐까 싶다. 작은 산사의 작은 텃밭,... 부지런히 일하는 모습이 마냥 좋기만 했다.

 

[사찰풍경]

 

   철마다 많은 등산객들로 분주하게 하루를 보내야하는 영시암,... 시장을 다니러오는 사람들은 아니지만, 이 좋은 계절의 산행에서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바라보았을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