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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기행

강원 양양(13) - 설악산 산행을 하다

by 포리시스 2012. 10. 31.

   설악산 산행을 하다

 

   고향의 하늘 아래 위치한 해발 1,708m의 아름다운 산. 사람들은 "악"자가 들어가는 산이 험하다고들 하지만, 깊고 가파른 계곡마다 많은 이야기들이 베일에 감추어진 아름답고 진득한 모습을 드러내며 그 들려주는 미각에 주야장천 사람들이 몰려드는 곳이 아닌가 싶다. 때는 보름 전이다.

 

[백담사 입구 만해마을]

 

   아침 일찍 버스에 몸을 싣고 두어 시간 잠을 청하니 금새 백담사 입구에 도착했다. 산중에서 1박을 할 요량으로 출발을 했지만 밤새 갑자기 내려간 기온이 참 걱정이 되었다. 침낭을 엮어 메고 내가 사용할 추가 렌즈 하나 외에는 먹고 마실 식량으로 가득한 배낭.... 오랜만에 묵직한 가방을 둘러메니 어깨가 최고의 부담으로 느껴졌다.

 

[큰 물 한 번 내리면 쓸리련만,... 매번 수 많은 돌탑은 마음의 정성일거다]

 

   15분여 걸어서 셔틀버스 정류장에 도착했다. 많은 등산객들을 실어 나르는 셔틀버스가 분주하게 운행하고 있다. 차표 한 장씩 손에 든 승객들... 좌석이 꽉 차면 시간의 구애없이 버스는 출발했다. 걸어서 한 시간 삼십여분 거리라는데,... 정상까지 가는 시간을 조금 아껴보자며 이넘의 버스에 올랐다. 구불구불 계곡의 주변으로 제법 볼거리가 솔솔하다 싶었지만 이미 하차할 마음은 없다.

 

[아름답게 물든 백담사 계곡의 단풍]

 

   아주 좁은 길에서 미니버스가 피양하는 모습에 진저리를 치게 했다. 튀어나온 절벽에 이넘의 버스가 다을듯말듯,.... 그렇게 20여분 휘돌아 백담사 주차장에 도착했다. 플랭카드를 보니 주변 마을사람들이 공동으로 운행하는 것인가 싶다. 늘 절에 다니지는 않지만 절에는 자주 간다. 이번 산행길에서도 영시암과 봉정암을 만나야 한다. 여차하면 잠자리 할 곳으로 봉정암을 정해 둔 터다.

 

[그림 같은 풍경들,..]

 

   산중에서 취사는 엄금이다. 더욱이 요즘같이 자연이 매말라가는 시기에는 더욱 더,.. 출발전에 미리 준비한 비상식량 두끼분이 각자의 배낭속에 들어 있다. 처음으로 사용해 보는 것들이라 신기하기도 했지만 먹지 않아도 배부른 격으로 마음만은 푸짐했다.

 

[아주 오랜만에 보게 된 도마뱀]

 

   서울에서 출발한 때문인지 입산이 좀 더뎠다. 백담사를 지나면서 계곡에서 도시락 하나를 해치웠다. 손잡이를 당기면 내부에서 발열되어 음식물을 데워주는 방식인데, 추운날 차가운 김밥 보다는 참 편리해 보였다. 산중에서 먹는 맛도 좋았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가끔은 이용하고 싶다는 생각이다.

 

[산자수명,...]

 

   백담사에서 봉정암까지는 약 7시간 가량 거리란다. 오랜만에 장거리 산길여행,... 어깨가 무거워지고 걸음걸이도 제법 느려질 거다. 점심무렵 영시암에 도착했다. 여기저기 등산객들이 많이들 늘어선 마당 한켠에 마련된 점심 공양은 국수다. 다시마를 우려낸 것 같은 국물에 국수를 넣어 따끈하게 한 그릇씩 비웠다. 많은 사람들을 위해 준비한 듯 쫄깃한 맛은 적었지만 담백한 맛이 느껴졌다. 사찰에서 먹어본 최초의 음식이 될거다.

 

[영시암 풍경]

 

   계곡의 깊이 만큼 전해지는 아름다움이 크다. 저멀리 정상으로는 이미 잎들이 많이 지고 푸르름의 상징인 소나무가 밋밋하게 드러낸 바위틈으로 솟아들 있다. 단풍 사이로 병풍처럼 둘러쳐진 암벽과 원근 곳곳에서 전달 해 주는 아름다운 이 강산의 모습에 그져 감탄만 할 뿐이다. 솟구쳐 오른 기암의 절벽 사이로 내리치는 폭포수는 아마도 저 높은 곳에 연못이라도 있어 그러하리라는 상상을 하게끔 한다.

 

[청명한 하늘 아래,.. 기암절벽의 용화장성일거다]

 

   일행의 꽁무니를 쫓아 이리 둘러보고 저리 돌아다보며 뷰에 열심히 담았다. 항상 처음처럼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말이다. 어딘가의 산행에서 늘 맞부딪치는 깔딱고개,.... 봉정암으로 오르는 곳의 길이 무척이나 험하다 싶었지만, 자연에 심취한 탓인지 오르고 보니 그리 힘든걸 모르겠다 싶었다. 높다란 암벽의 끝에 매달린 물개모양의 바위가 <봉황바위>라는 말에 줌하기를 여러차례,... 어떻게 저렇듯 매달려있을까 궁금증을 자아내게 한다.

 

[사뭇 둘러보아도 놓치기 싫은 풍경들,..]

 

   산중의 오후는 무척이나 짧다. 골짜기로 찾아드는 그림자는 이내 어두운 모습으로 변할거다. 아주 오래전에 오색에서 출발해서 대청봉을 지나 천불동계곡을 따라 내려가야 했지만, 엉뚱한 곳으로 접어들어 힘든 하루의 산행을 마친 기억이 있다. 젊음이 가져다 준 경험이겠지만 그때의 기억만큼 세월도 참 많이 흘렀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산중에서 유숙하기로 한 것은 대청봉에서 맞이하는 일출도 계획되어 있기 때문이다.

 

[푸르름의 상징만이 벗 되어,..]

 

   숨을 헐떡이면서 오른가 싶더니 이내 숲 사이로 <봉정암>의 건물들이 보인다. 작은 암자일거라는 내 생각과는 달리 여러채의 건물들이 산재해 있다. 오늘은 예서 하루를 묵을 거다. 미리 예약을 해 놓기는했지만, 사람들이 많을거라는 생각으로 이미 침낭도 가져 온 바다. 저녁 공양까지 한 시간여 여유가 있다. 이 암자는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셔둔 탑이 있어 많은 불자들이 찾는 유명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봉정암 오르는 깔딱고개의 장중한 암벽 위의 봉황바위]

 

   짜투리 시간에 오솔길을 오르듯 약간이 계단을 따라가 올라 보았다. 탑의 모습을 보니 헤아릴 수 없는 장구한 세월의 흐름이 베어 있는 듯 싶다. 이른 새벽에 대청봉으로 출발하려면 이 작은 암자의 풍경을 많이도 담아 두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튼튼한 장성을 연상케 하듯 즐빗하게 늘어선 기암들의 능선이 난공불락의 성을 연상케 한다. 봉우리 사이로 <울산바위>의 모습도,.. 멀리 속초시내와 동해바다의 푸르른 모습은 이런 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아주 좋은 풍경일 거다.

 

[산사 봉정암]

 

   산의 정상에 서 본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모습들... 사실 이러한 느낌을 생의 마지막으로 가지러 가시는 분도 있다. 백담사를 출발하면서 오색으로 하산할 때까지 가슴 뭉클하게 하는 일이 있었다. 육십 중반의 아주머니한 분이였는데,... 무릎 관절수술을 하기 전에 설악산을 한 번 등반하고 싶다며 길을 나섰단다. 작아 보이는 배낭을 하나 메고 열심히 등반을 하셨다. 가다가 쉬기를 수없이 하면서도 다음날 오색으로 내려오는 길에 또 다시 만났다. 매사에 참으로 의지가 중요하다는걸 많이 느꼈다.

 

[석가사리탑 정상에서 내려다 본 험준한 용화장성]

 

   저녁 공양을 마치고 처사동에 몰려든 팔도의 사람들이 자신이 배정받은 숫자의 잠자리 위치에 빼곡하게 모였다. 숫자를 배정받지 못해 건물밖에 침낭을 펴는 사람들도 있다. ㅠㅠ 어둠이 빼곡하게 엄습한 산중의 야경,..... 북극성과 여타의 별들이 가득한 밤 하늘에 대한 장시간의 노출 외에는 기대할 수 없는 일이지만, 많은 이국의 사람들이 모여든 잠자리가 편할 수 없어 사찰을 거닐다 사찰의 풍경을 담아 보았다. 차가운 기운이 들기는 했지만 뷰의 성능을 검증이라도 하듯 떨쳐버렸다.

 

[산사의 법당 야경]

 

   오늘 난 살아오면서 처음으로 두 가지를 느껴보았다. 봉정암에서의 잠자리,.. 아니 사찰에서의 숙박과 또 하나는 영시암에서의 국수공양이 그것이였다. 채 반평도 되지 않는 잠자리,... 언듯 무소유라느 말이 되뇌여진다. 인생... 자신을 많이 돌아보고 느껴보는 것이 아닌가 싶다. 여러차례 뒤척이기는 했지만 그럭저럭 편안하게 잠을 청했던 것 같다. 침낭을 사용하지 않아 불편한 애물단지가 되어버리긴 했지만 말이다.

 

[대청봉에서 아름다운 일출을,...]

 

   다음날 새벽 4시에 기상을 했다. 많은 사람들이 아직 꿈나라였기에 아주 조심스럽게 비집고 나왔다. 산중에서 느끼는 아침의 공기는 너무도 맑다 싶었다. 비워진 물병에 가득 보충을 하고 준비한 렌턴을 끄집어 들고 길을 쫓아 올랐다. 멀리 속초항 주변으로 밝게 비추어주는 가로등과 멀리 수평선으로 군데군데 비추는 고깃배의 고요한 등불이 평온한 이 아침을 깨우고 있다.

 

[한참을 기다렸던 인증샷~~ ㅎㅎ]

 

   한참을 오르다 보니 사람들의 발걸음이 가까워졌다. 우리의 생각과 같이 햇님을 반기려는 무리일거다. 정상으로 향하면서 동쪽 하늘의 여명은 더욱 더 가까이 왔다. 차가운 바람이 불었지만 내 발걸음 만큼이나 뿜어지는 열기는 이내 시원한 마음으로 전해졌다. 일출전까지는 대청봉의 정상에 도착을 해야하고,.. 채비를 해야하고,.. 마음이 급한만큼 걸음을 앞세웠다.

 

[설경이였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청봉의 대피소에서 숙식을 마친 사람들이 대부분이겠지만 참 많은 사람들이 이 시간에 정상에 모였다. 일출시간에 곳곳으로 오르는 사람들도 부지기수이다. 산의 정상에서 눈과 마음으로 느낄 수 있었던 일출의 모습은 난생 처음으로 기록하고 싶다. 주변의 환호성과 더불어 검은 구름 위로 붉어오는 햇님을 한참 동안 바라다 보면서 담았다.

 

[살아 천 년 죽어 천 년이라는,...]

 

   이곳의 많은 사람들,... 하산하기가 싫음인지 정상의 표지석을 배경으로 인증샷 하기에도 참 시간이 오래 걸린다. ㅠㅠ 모두의 마음인 것 같다. 기다림 속에,.. 인생을 참 많이 공부하고 있다. 인생의 오르막이 있으면 반드시 내리막이 있다는 말처럼,... 산은 수천년간 이곳에 오른 사람들에게 그것을 일깨워 줬을 거다. 자연은 인생의 선배다. 사람들이 알려주지 못하는 감성을 묵시적으로 지니게 한다.

 

[카미라 들이댄 것두 모르고 먹이 사냥에 열중이던 녀석,..]

 

   오색의 방면으로 하산을 하는 동안에도 많은 분들의 등반이 줄을 이었다. 멀리 경상도와 전라도에서,.. 그리고 심심치 않게 외국인들의 모습도 눈에 띈다. 그 만큼 아름다운 이 강산의 소문이 멀어져 있을거다. 계곡의 시원한 물이 참 반가웠다. 중턱까지 내려온 단풍의 그늘에 앉아 과일 한 조각씩 물었다. 신선과 견줄수는 없지만 꿀맛의 미각과 흐르는 땀의 증발이 마음을 시원하게 해 주었다.

 

[사람들에 길들여진 것 같은 다람쥐 녀석,... 열심히 사과를 먹는중,..]

 

   자연에 길들여진 다람쥐와 이름 모를 새들은 등산객들이 버린 사과 조각을 물어 뜯는다. 근거리에서 뷰에 비춰지는 모습이 다정다감한다 느껴보지만,.... 이넘들도 많은 사람들의 발걸음에 물들어 버린것 같아 아쉬웠다. 걸을때마다 털렁털렁 배낭의 옆구리에 매달려 균형을 깨곤했던 쓰레기봉지,.... 등산로의 여기저기 쓰레기장으로 변해가는 아름다운 강산을 그렇게 사람들은 바꾸어 놓는다.

 

[오색으로의 길은 참말 가파랐다]

 

   거친 호흡은 아니였지만 내리막이 심했던 하산길,... 쳐다보며 올랐던 풍경들과 달리 내려다 뵈는 풍경들도 남달랐다. 산 아래로 보일듯말듯 능선이 이어지고 희부옇게 산 허리를 감싸 주었던 운무들이 쭉 이어진 금수강산을 마냥 아득하게 만들어 주었다. 그것은 내게 여행의 꿈을 더욱 부풀게 해 줄 거다.

 

[산행 후 푸짐한 닭도리탕에 시원한 옥수수막걸리가 진미,...]

 

   주인장의 마음처럼 푸짐했던 닭도리탕과 시원한 옥수수막걸리 한 사발,.... 주인의 마음이고 손님의 마음이었을 자연과 사람,... 참 좋은 기억으로 남은 산행을 하였다. 옥수수의 향이 다하기 전에 석양을 등진 서울의 하늘은 그렇게 물들어 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