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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기행

강원 양양(11) - 설악의 봄은 언제나,..

by 포리시스 2012. 3. 16.

   설악의 봄은 언제나,..

 

   봄 기운이 만연한 춘삼월,..

   여기저기에서 봄 소식이 들려오건만, 이곳에서의 봄은 아직 멀었나 보다. 1,708m 위로부터 하얗게 내리 덮인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진정 그 이름이 빛나는 듯 싶다. 한계령을 넘으며 풍경을 담아 보았다.

 

 

   평탄한 들녁에 개나리.진달래가 활짝 만개하지만, 그 때까지도 백발 노익장의 모습을 하였던 것을 많이도 보아 왔다. 저 눈이 다 녹아야 비로소 들녁의 찬바람도 사라질 거다. 겨울로 접어들 무렵에는 저 곳에 세 번 쯤의 눈이 내려야 아래 마을은 겨울로 접어든다.

 

 

   눈 덮인 설악의 모습을 많이 보아왔지만, 정작 이 시기에 이렇듯 뇌리에 전달되는 기분이 참 묘한 것은 무엇 때문일까? 한계령의 정상에서 내려다 뵈는 동해바다는 파아란 하늘의 빛과 별반 차이가 없다. 쉴새 없이 백사장으로 묻혀버리는 흰 파도만이 육지의 경계임을 가늠해 주고,...

 

 

   한계령길 양쪽 절벽위로 뒤 덮힌 흰눈의 모습이 장관이다. 파아란 하늘이였으면 더욱 좋겠다는 생각이지만, 한 동안 벗겨질 생각은 전혀 없는 듯 싶다. 가끔 지나는 구름 사이로 햇살이 간간히 비추기는 하지만, 전체적인 모습의 하늘은 뿌옇다.

 

 

   중턱의 골짜기로 산행을 위한 많은 매니아들의 입산 준비가 이어진다. 미리 날씨를 점지하고 왔을 거다. 눈길을 걸으며 만끽하는 설경도 짜릿할거라 생각해 본다. 든든하게 차려입고 제법 묵직한 배낭을 둘러멘 회원들의 줄이 이어진다.

 

 

   오래전의 일이 생각난다. 군 입대를 얼마 남겨두지 않았을 때다. 친구랑 대청봉을 넘기로 했다. 정상의 눈이 이 보다는 못했던 것 같다. 아래는 촉촉하게 이슬비가 내렸다. 추울까봐 미리 배낭에 손전등과 양주도 한 병 넣었다. 정상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지만,...

 

 

   이후 문제가 발생했다. 대청봉을 내려오면서 <귀떼기청봉>으로 향하던 친구와 나는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 암벽하고 오던 사람들에게 물으니 길을 잘못 들어 왔단다. 그 순간부터 친구와 나는 길을 되돌아 엄청 뛰었다. 겨울산의 해가 무척이나 짧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한계령으로 내려가라고 했지만,...

 

 

   젊음이였기에 그랬을 거다. 쓰러져 있는 나무와 바위도 몇 걸음 하지 않아 뛰어 넘었고, 가파른 언덕도 내립다 달렸다. 그렇게 한참을 뛰고보니 아주 컴컴한 밤길이 되었다. 배낭 속에 손전등을 꺼내 스위치를 누르니 온종일 이놈의 보따리 속에서 무엇에 스위치가 눌린 것인지 바알간 불빛이 아주 작아져 땅에 도달도 안된다. 이런 젠장!!,..

 

 

   계곡을 따라 엉거주춤 기다시피 하여 내려올쯤 다행히 짐을 나르는 분을 만났다. 그 분이 알려주는 방향을 따라 친구와 나는 길을 잃지 않고 내려올 수 있었지만, 비에 젖고 땀에 젖고 그 겨울 산행에 혼이 났던 기억이 있다. 그 때 이후로 설악산 등반을 해 본 적이 없다. 아마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을 거다.

 

 

   오래전에 아버님께 들은 이야기이다. 한계령이 처음 생길 때 군 공병대에서 길을 닦기 시작했다고 한다. 공사 내내 산이 험한 때문인지 인명 피해도 많았다고 했다. 내 생각에 동.서로 이어지는 최고 험한 령이 아니였던가 싶다. 줄곧 난 이 길을 많이 고집했다. 내가 넘어본 령 중에 가장 으뜸일 거다.

 

 

   시골집을 떠날 때 영동 지역에 햇살이 쨍그러니 떠 있어도 령을 넘을 때면 먹구름이 잔뜩 찌푸리기도 하고 우중충한 빗줄기가 떨어지기도 한다. 영서에 맑은 하늘을 보았음에도 령을 넘으면 동해안에는 비가 내리기도 하는 상반되는 얼굴을 가진 한계령,.. 한 겨울에는 차량의 통제가 가장 심하고 많은 령의 터널이 뚫려 있지만, 유독 이 한계령만은 그러하지 못하다.

 

 

   동서고속도로가 한계령의 훨씬 아래쪽으로 계획되어 있다. 그래서 한계령길은 오래도록 자연을 머금은 곳으로 남아 있었으면 좋겠다. 산을 좋아하는 사람, 산을 찾는 모든 이들이 잠시 머물 수 있는 곳,.. 설악의 최고 아름다운 령 한계령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