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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기행

서울 도봉(1) - #도봉산 #산행 #자운봉 #오봉 #여성봉 #능원사

by 포리시스 2013. 4. 19.

   서울 도봉(1) - #도봉산 #산행 #자운봉 #오봉 #여성봉 #능원사

 


   아주 오래전,... 20여년이 훨씬 지난 듯 싶다. 서울에 처음 상경하였을때 친구랑 망월사역에서 출발하여 망월사까지 산행을 한 적이 있다. 사찰에 도착하여 그 위쪽으로의 포대능선을 오르려했지만, 그 때에는 초짜들의 행진이란 결코 쉽지 않을거라 생각하고 하산을 했는데, 지금에서 보니 도봉산의 주봉인 자운봉(735.5m)이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다.

 

[도봉산 등산코스]

 

   그로부터 두번 째 오름이다. 이번 산행은 삼실 직원들이 동행을 했다. 코스는 도봉산역 - 능원사 - 보문능선 - 우이암 - 도봉주능선 - 오봉샘 - 오봉 - 여성봉 - 송추남능선 - 송추 까지다. 산행의 시간은 약 여섯 시간 남짓 걸렸다. 자연이 베풀어 주는 아름다운 풍경에 심취하여 챙겨간 먹거리를 맛나게 먹는 시간이 많이 사그라졌기 때문이었을거다.

 

[도봉산 능원사]

 

   단풍철을 생각케 할 만큼 제법 많은 등산객들의 입산길이 이루어졌다. 공원 입구에 들어서면서 왼쪽으로 개울의 다리를 건너 언덕길을 오르니 특이하리만큼 금빛을 머금은 육중한 사찰이 나온다. 불사를 한 지 아주 오래 되지는 않아 보이지만, 용마루 위에 얹혀져 있는 봉황 모양의 조형물이 참 이채롭다. 스피커를 통해 전달되는 불경소리가 은은하게 산중으로 울려 퍼지고,....

 

[용화전 - 용마루의 봉황새가 이채롭다]

 

   포근한 봄 햇살을 받으며 능선으로 오르는 길에 진달래의 군락지에는 화사하게 만개한 꽃들의 향연이 펼쳐지고 있다. 나즈막히 또 다른 군락의 노오란 넘들은 제비꽃, 그리고 서서히 피고 있는 김유정의 동백꽃도 이 봄의 오케스트라 단원이다. 도봉산에 울려 퍼질 봄의 대향연이 이렇게 시작되고 있다.

 

[등산로에서 만난 넘 - 소시적에 '돌집개'로 명명되었던 녀석이다]

 

   뚜렷한 사계절,.... 그 어느 계절 하나 버릴 것 없는 참 좋은 나라,... 봄과 가을이 짧아져만 가고 있는 아쉬움 속에 어김없이 계절을 노크하는 녀석들의 변함없는 발걸음이 이 산행을 재촉했는지도 모른다. 쉬어 가기를 반복하고 그 쉼 속에 되돌아 녀석들을 들여다 보며 눈 맞춤하는 시간이 어쩌면 이 찌든 삶을 정화시킬 수 있는 아주 행복하고 소중한 시간이라 생각해 보았다.

 

[우이봉 - 소의 귀를 닮았다고,..]

 

   대자연은 아주 작고 나약한 인간을 위해 이렇듯 아름다움을 선사 해 주고 있는가 보다. 느끼는 사람들이야 산이 좋다고 하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늘 도심의 쾌쾌묵은 곳에서 찌들어가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자책 할 지도 모르지만 가끔은 무아지경의 자연에 도취되어 봄직하다 싶다.

 

[도봉주능선에서 새참,..]

 

   바람과 물과 폭풍과 거센 눈보라에 의해 오랜 세월 만들어진 자연의 아름다운 이 모습들,.. 사람이 만든 인위적인 창작품에 많은 사람들이 환호를 하고 즐겁다 비명을 하겠지만, 사실 대자연이 만들어 낸 오묘한 작품들이야말로 아주 작은 콘크리트 방에 갇힌 그 무엇보다도 형언할 수 없는 걸작이고 소리없는 아우성이라 여겨진다.

 

[사막의 오아시스,... 오봉샘터]

 

   이 자연이 만들어 낸 작품들을 감상해 보라! 입이 쩍 벌어지지 않는 사람 없을 듯 싶다. 우이암, 오봉, 여성봉,... 산행중에 만난 대자연의 걸작품들,... 아주 오래 전에 그 누군가가 지어준 이름들이겠지만 그 누구하나 이름과 걸맞다고 아니할 사람이 없을 것 같다.

 

[자연이 만든 조각품]

 

   내 나이만큼 오래전에 만들어 놓은 샘터,... 떨어져가는 수통의 물을 보급받을 수 있었던 오아시스 같은 모습이다. 산길을 찬찬히 걷다보면 느껴지지 못하는 곳에서의 작품들도 눈여겨 볼 수 있다. 정으로 쪼개거나 파거나 입히거나 끼워넣지 않았더라도 바람이 만들고, 비가 만들고, 거센 눈보라의 손길들이 하나 하나 스쳐가며 골을 내고 둔덕을 만들어 이처럼 걸작을 탄생시켜 놓았다.

 

[대형 조각품]

 

   도심의 산행치고 짧은 거리는 아니었다. 주변의 입소문으로는 네 시간 가량 소요되는 거리라고들 하지만, 자연에 심취했던 시간,... 그리고 직원들과의 대화시간이 너무 좋았다. 그 만큼 이번 산행의 작은 목적이 실행되었다고 느껴진다. 산을 오르면 항상 내리막이 있는 것처럼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삶에 비유하는 사람들도 있다. 인생의 굴곡을 어떻게 펼쳐갈 것인가는 자신의 몫이다.

 

[오봉의 모습이 드러나다]

 

   항상 오르기만 할 수는 없는 인생,.... 끝 없는 도전을 추구하지만 그 끝에는 언제나 짧은 인생이 있다. 산행을 하면서 이런저런 생각들을 정리해 보는 시간이 참 좋다. 행복한 삶의 추구,.... 많은 사람들이 꿈꾸는 삶 일거다. '가끔은 하늘을 보고 나의 삶도 돌아보자',...  마음이 편안한 이 숲길을 걷다보면 누구나 시름을 잊고 현명한 생각을 하게 될거다.

 

[거인의 인간방패,..]

 

   안내도를 보니 이 산중에 사찰이 참 많기도 하다. 두루두루 많은 사찰을 경유해 볼거라며 머리 속에 동선을 그려 보았지만, 역시나 그것은 혼자만의 산행에서나 가능할거라며 지워 버렸다. 절에 다니지는 않는다. 더욱이 믿음이 있어서 가는 것도 아니다. 그냥 편안한 마음으로 둘러보고 싶다는 생각과 혹 고이 간직하고 있을 문화유산을 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으로,....

 

[봉우리에서 내려다 보다]

 

   커다랗게 눈그림으로 등반해야 할 코스를 그려 보았다. 이 산을 정복하자면 어림잡아도 서너번 이상은 왕래해야 할 듯 싶다. 어디를 가나 늘 이렇게 아쉬움을 남기고 오는 것은 다음을 기약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섬세하게 둘러보고 싶은 마음이 더 크기 때문일거다.

 

[방향마다 모습을 달리하는 오봉]

 

   오봉산,... 이곳은 도봉산이 아닌가?,... 다섯개의 봉우리가 있어 오봉산으로 불리였다고 하는데,.. 갑자기 <오봉산타령>이 생각나 걸으며 한 소절 해 보았다. "오봉산 꼭대기에 에루화 돌배나무는~~" 그 이상은 모르겠다. 요즘 말하는 신세대들의 노래만큼이나 내가 즐겨 부르지는 않았지만, 귀에 많이 익은 민요로 이곳이 배경이 된 듯 싶다는 생각이다.

 

[여성봉으로 가는 길에 본 오봉]

 

   바위를 깎아 주봉을 만들고 그 위에 다듬돌을 얹어 놓은것 같다. 능선을 오르내릴 때마다 이 다섯 봉우리가 보였다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참 잘도 만들어 놓았구나 싶다. 이 오봉을 휘돌다 보니 서로 다른 방향에서 보는 맛도 일품이다. 언젠가 또 올 수도 있을까만은,...

 

[여성봉 정상에서]

 

   북한산 여성봉,... 많은 사람들로부터 말로만 듣고 보았던 이곳에 내가 서 있다. 심한 훼손으로 전면에 금줄을 쳐 놓았고, 바위의 옆으로 이동로를 만들어 놓았다. 자연의 오묘함에 진절머리가 날 정도로 작품들의 제목이 일치 된다. 도봉산 산행,.. 오랜시간이 흘러도 정말 의미있었던 곳으로 기억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