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터 민속마을 관람기이다. 정의현 읍성이 둘러진 성읍민속촌 가까이 있지만, 성곽 밖에 여러 마을 중 한 곳으로 대여섯 채의 가옥에 실제 사람이 거주하고 있는 집도 있다.
이 마을에서 자체 운영하는 안내소에 동네 분으로 여겨지는 해설사 분이 직접 건축물은 안내하며 제주 지역의 삶의 방식, 언어 등을 재미있게 들려 주신다.
가옥 몇 채 되지는 않지만, 가옥의 구조, 용도, 그리고 주변 특성과 살아온 방식 등 전통의 제주 문물을 아주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 될 수 있겠다.
제주를 흔히 ‘삼다(돌, 여자, 바람이 많다)’, ‘삼무(도둑, 거지, 대문이 없다)’라고 한다. 그런데 나중에 포스팅하겠지만, 대문을 갖춘 곳이 있었다. 그 집 주인의 땅을 밟지 않고 지날 수 없는 부자의 집이라고,...
전통 가옥의 입구에는 대문마냥 출입의 통제를 나타내는 가로막대가 놓여져 있다. 양쪽으로 돌기둥에 구멍을 뚫어 가로로 세 개의 막대를 걸어 놓은 것인데 ‘정낭’이라 한다.
이 정낭은 대문으로의 기능보다 서로의 약속 표시란다. 막대가 하나 걸려있으면 주인이 금새 돌아올 수 있는 거리에 있고, 두 개가 걸려 있으면 저녁 때 쯤 돌아오고, 세 개가 걸려 있으면 좀 멀리 있으며, 하나도 걸려있지 않으면 집에 있다는 약속의 표시란다.
집에 사람이 살고 있으므로 주의를 요한다. 집 앞에 유모차는 어르신이 끌고 다니시는 보행 용도가 아닌가 싶다. 연자방아는 동리 사람들이 함께 사용을 해 왔을 터다.
안내해 주시는 분이 갑자기 땅을 크게 밟아 보란다. 몇 발자국 뛰어 보았다. 뭔가 땅 속이 빈 듯 싶기도 하고, 관이 묻혀 있는 듯한 소리가 났다. 이지역 특유의 암석 현무암 지역이라 그렇다고 한다.
비가 많이 와도 쉬이 땅속으로 스며들어 물난리를 겪지는 않는다는 설명이다. 나무 아래 커다란 항아리가 놓여져 있고, 이엉을 꼬아 항아리 안으로 놓여져 있다.
물이 귀하기 때문에 비가 올 때 항아리 속으로 물을 받기 위한 것이란다. 멀리서 물을 길어 오기도 하지만, 평소 이렇게 물에 대한 신경을 많이 써 왔음을 알 수 있겠다.
이곳 전통가옥의 지붕 마감 재료는 억새이다. 뭍에서는 짚으로 만들어지는데 논 농사가 없음이겠다. 몇 년에 한 번 새로이 마을 사람들이 협동하여 지붕을 얹는다고 한다.
가옥의 처마 밑에는 바람을 막기 위해 억새를 사용해서 만든 기다란 판자 모양의 막이 기둥에 세워져 있다. 얼추 처마를 길게 빼 놓은 듯 하다. 강풍이 불때면 이것을 내려 바람을 차단해 주는 역할을 한단다.
울릉도 내리분지에 가면 너와집에도 판자를 덧대어 밖으로 담을 하나 더 만들어 놓은 것과 유사한 기능이라고 보여진다.
안거리(안채)의 구조는 가운데 마루를 두고 양쪽으로 방이 있다. 정지에는 굴뚝이 없다. 바람이 세어 굴뚝으로 불꽃이 새어나가 화재가 우려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대신 정지의 벽에 창문 크기의 연기 배출구를 내어 굴뚝의 기능을 했다고 한다. 말똥은 땔감으로 많이 쓰였고, 어렸을 때에는 ‘지내’는 물론이거니와 벌레와 함께 살았다는 이야기이다.
제주도에서 말을 배우는 것은 외국어 배우기 보다 어렵다고 했단다. 들려주는 여러 방언에 대해 알 듯 말 듯,.... ㅠㅠ
그래도 설명을 들으니 아주 조금은 이 지역 사람들의 삶에 대해 이해되는 듯 싶다. 관람을 마치면 마지막으로 이 마을 특산품에 대한 설명이 있다. 다소 망설여지는 부분이기도 하다. 특산품은 굼벵이로 만든 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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