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신비의 섬 울릉도를 엿보다.
여객선 '썬플라워'호가 묵호항을 출발한지 4시간여 만에 울릉도의 관문 도동항에 입항했다. 많은분들이 여객선에서 내리자마자 각자 가이드에 의존해 물밀듯 이 작은 항구의 부두를 빠져 나갔다. 항구 근처의 소공원에 모여 여행 일정을 알려주는 그의 작은 스피커에 귀를 기울였고, 점심식사 후 첫 여정이 시작되기까지 약간의 짜투리 시간을 만들 수 있겠다.
[공원에 세겨진 울릉도 개척사 표지석]
공원 한켠에 세겨진 표지석의 커다란 바위에 <울릉도 개척사>란 글귀가 눈에 띈다. 글의 내용이다.
신라 22대 지증왕 13년(512) 백의 민족의 뿌리 드리운 채 신비속에 잠들어 있든 이곳 우산국을 이사부는 조용히 흔들어 깨워 영원히 신라에 귀속시켰다.
그후 끊임없는 외세의 침탈에 맞서 조정에서는 공도정치를 썼으나, 천년전 할아버지의 핏속을 자맥질하던 개척의 의지는 이곳에 풀뿌리 같은 이주민의 뿌리를 내리게 했다.
[울릉군청]
그러다가 조선 26대 고종19년(1882)에는 마침내 개척령을 반포하기에 이르니, 이는 단호한 국토 수호 의지의 발현 이었다.
저 뿌리의 의지와 이 국토수호의 의지는 1960년대 근대화의 물결로 이어져 동해의 어업전진기지와 천혜의 관광지로 탈바꿈 시켰다.
[여객선에서 내려 도동읍을 바라보며]
이제 우리는 조상들의 위대한 개척정신을 이어받아 태고의 자연과 쾌적한 환경을 보존하고 온 군민이 한마음 한뜻으로 울릉의 발전을 향해 힘찬 발걸음을 내딛나니,
내일의 태양은 백의 민족의 뿌리 드리워진 이곳에 조국의 영광과 함께 찬란히 떠 오르리라.
1986. 6. 16. 건립
[수령이 150년 된 풍게나무]
짐을 꾸려 지정된 식당에 도착하니 항상 그래오셨던 것처럼 주인장께서 반갑게 맞아주신다. 얼추 음식 걱정을했지만 여행기간 동안 가족 모두는 다양한 특산물을 통해 입맛에 맞는다며 즐겁게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숙박시설은 다소 육지와 비교가 될 정도다. 늘어나는 관광객의 수효에 맞추어 증축하는 건물도 있거니와 호화스러운 듯 치장된 육지의 것과 사뭇 달라 컴퓨터 등이 있을거라는 기대의 생각은 이내 잠재워 주었다. 저녁무렵 아이들의 놀잇거리가 없어진 샘이다. ㅎㅎ
[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행정.문화의 일번지 도동읍 전경]
옆지기와 아이들이 짐을 부리며 휴식하는 동안 황금의 짜투리 시간에 읍내구경에 나섰다. 사실 하루의 일정이 끝나는 시간에도 충분하겠지만, 잛은 여정의 시간을 조금 더 활용해 보자는 의미다. 도동읍은 푸른 바다를 보며 낮은 지역에 위치한 항구를 제외하면 삼면이 뾰족한 산들로 둘러쳐진 형세다.
[도동항에 입항중인 썬플라워호]
계곡의 약간 비탈진 곳에 도심이 위치한다고 보면 되겠다. 마지막 날 독도전망대에서 도동읍을 내려다 보며 찍은 사진을 카톡에 올린일이 있는데, 마을이 생존하기 위해 모여 있는듯 하다며 친구의 문자가 왔다. 문득 남미의 '마츄픽츄'가 생각 났다. 비록 고공도시는 아닐지라도,...
[울릉초교 - 방학기간 리모델링 중인가보다]
군청사와 경찰서 건물이 어깨동무를 한 것 같다. 양쪽으로 난 입구 역시 좁다란 골목을 안고 있고, 좁은 도시의 행정관청 답다는 생각이다. 가이드의 말에 이 곳이 울릉도 행정.문화의 일번지라고 하니 좁은 곳에서의 관청도 이에 걸맞는 것이 아니었나 생각되었다. 언덕길을 조금 더 올라 앞 뜰에 커다란 은행나무를 분재해 놓은 듯 읍사무소가 자리한다.
[독도사랑 벽화]
뒷쪽으로 수령이 150년 된 풍게나무가 계단을 오르는 사람들에게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줄성 싶다. 도동읍으로의 길은 외길 2곳이다. 동북쪽 저동항으로 가는 길과 서남쪽 사동항으로 가는길 모두 고갯길이지만, 사동항 쪽으로의 고갯마루 부근에는 터널이 있다.
[군악대]
울릉초교다. 운동장은 이곳 도동읍에서 가장 넓은 곳이라 생각해 보았다. 나중에 전망대에서 알게 된 사실이지만, 건너편으로 더 큰 운동장이 보이는 듯 하다. 운동장에는 인조잔디가 덮여있고 다른 곳에서도 볼 수 있는 빨간색 트랙이 시설되어 한결 깨끗함이 돋보인다.
[나라사랑 보금자리주택 준공식의 취재진]
교정에는 100주년 기념비가 세워져 있어 역사가 오래됨을 알 수 있는데, 1908년이라는 숫자로 보아 2008년도에 세워진 것으로 보인다. 방학이라 그런지 조용한 교정의 운동장에서 휴대폰으로 누군가에게 전화를 하는 아이의 모습이 세련되어 보인다.
[울릉역사문화체험센터]
학교 옆길로 오르는 곳의 축대에 독도를 사랑한다는 내용의 벽화가 그려져 있다. 독도가 가까워졌으니 당연히 내게는 관심거리다. 윗쪽으로 군악대의 음악소리를 따라 길을 거슬러 보았다. 뭔가 행사가 진행될 듯 싶다. 방송사의 카메라와 기자들이 고정된 뷰와 더블어 인터뷰 중이다. "6.25참전 국가유공자를 위한 보금자기 주택 준공식"의 리허설이 한참 진행중이었다.
[함석 지붕이 얹혀진 일본식 가옥 - 등록문화재 제235호]
우리가족이 여장을 풀었던 숙소의 골목 건너편에 <울릉역사문화체험센터>가 있다. 정식명칭은 <울릉 도동리 일본식 가옥>으로 등록문화재 제 235호 이다. 이 건물은 1910년대에 일본인 벌목업자가 지은 2층 목조주택이다. 가옥에 사용된 목재는 개척 당시 희귀목이었던 솔송나무, 규목, 삼나무란다.
[건물과 사람은 육지와 같지만, 자연 환경만큼은 아주 특별한 섬]
2층의 다다미방과 접객공간인 쇼인주쿠리, 비바람을 막기 위해 설치한 덧창인 아마도 등 비교적 원형 그대로 남아 있어 일식가옥의 건축적 특징을 잘 보여주고 있고, 해방 이후 잠시 여관으로 쓰였다가 2008년까지 56년간 개인주택으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넌 뭐꼬?,.. 나? 흑비둘기,... ㅎㅎ]
사동항의 부근에는 천연기념물 제 237호로 지정된 <흑비둘기 서식지>가 있다. 울릉군의 군조이기도 한 이녀석들을 직접 반기러 가기도 전에 도동항까지 스스로 날아든 희귀한 녀석들... 서식지까지 가지 않도록 발품을 팔아주었으니 내게는 당연히 고마운 녀석들이겠다. 몸 전체가 검은색으로 덩치가 약간 작아보이기도 한 이 녀석들을 누구나 처음 본다면 아마도 꼭 까마귀라고 여길거라는 생각을 해 보았다.
[사륜구동의 택시. 고갯길도 많고,.. 눈도 많이 온다는 이유다.]
택시와 순찰차의 모습이 눈에 띈다. 울릉도는 겨울철이면 눈이 많이 내려 차량의 운행이 어려울 정도란다. 그래서 다수의 차량이 사륜구동이라고,... 도로는 아스팔트보다는 개보수가 용이한 시멘트로 포장되어 있다고 하는데, 체인으로 인한 도로의 파손이 심화되는 것이 원인이라는 설명이다.
[도동항 동북쪽에 위치한 저동항 풍경 - 중장비들이 많아 개발을 의미하겠다. ㅠㅠ]
저동항으로 미니버스가 출발한다. 역시 구불구불 고갯길을 넘는다. 제일 큰 건물이라며 '울릉문화회관'을 소개한 것 같다. 저동항 부근의 길가 나무 그늘아래에서 쉬고 있는 사람들을 향해 그 나무를 소개한 듯 싶은데 그만 주변 풍경을 음미하느라 기억되지 않는다. 내수전의 내력을 설명했는데 이곳도 마찬가지다. 약간의 기억으로는 울릉도에 최초로 터를 잡았던 사람이 살았던 곳이라는 것과 성을 쓸 수 없어 <내수전>이라고 하였다는,.... 이렇게 설레임 속에 아름다운 신비의 섬을 엿보고 있다. 다음은 내수전일출전망대와 봉래폭폭를 소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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