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세월 묵묵히 학업하는 유생들의 모습을 지켜보아왔을 듯 싶은 은행나무 한 그루가 붉은색 홍살문의 옆에 꼿꼿이 서 있다.
그리고 정면으로 궁궐의 대문마냥 높다란 2층의 누각이 있다. 이 서원의 정문인 <확연루>이다.
한여름이면 이 누에 올라 활짝 열린 문 사이로 넓게 펼쳐진 풍경을 바라보며 무더위를 식히기에 더할나위없었겠다.
1590년(선조 23) 하서(河西) 김인후의 학덕을 추모하기 위하여 세워졌으며,
전쟁으로 인한 화재로 소실되었다가 1624년(인조 2) 다시 세웠다.
유생들의 소청으로 1662년(현종 3) ‘필암서원’이라는 사액을 받고 1672년(현종 13) 현재의 위치로 이전하였다.
1786년 김인후의 제자이자 사위인 양자징을 추가 배향하였다.
양자징의 본관은 제주, 자는 중명, 호는 고암이다.
양자징은 담양에 소쇄원을 창건한 양산보의 아들이다.
효행으로 천거되어 벼슬길에 올랐으며, 1570년경 거창현감을 지낼 때 소쇄원에 고암정사를 지었다.
1591년(선조 24) 석성현감으로 있을 때 아들 천회가 1589년의 기축옥사(정여립 모반 사건)에 관련되었음이 드러나 파직되었으나,
이듬해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연로하여 자신이 출전하지 못함을 한탄하며 아들 천운을 의병장 고경명의막하로 보내 싸우게 하였다고 한다.
1868년 흥선대원군의 서원철폐령이 내려졌을 때에도 호남지역에서 유일하게 남아있던 사액서원이다.
서원의 문루인 <확연루(廓然樓)>는 정면 3칸, 측면 3칸, 상하 18칸의 2층으로 된 팔작지붕으로 기와를 얹었다.
두 차례에 걸쳐 중.개수되었고, 문루의 편액은 우암 송시열의 글씨이다.
문루를 들어서면 정면 5칸, 측면 3칸, 총 15칸의 단층 기와집 강당인 <청절당>이 보이는데,
이 건물에는 9칸 대청과 좌우 3칸의 협실이 있고, 대청에는 동춘 송준길의 편액이 있으며,
처마 밑에는 병계 윤봉구의 글씨로 사액된 ‘필암서원’이라는 편액이 있다.
그 뒤편 서쪽에는 <숭의재>가 있고, 동쪽에는 <진덕재>가 있으며,
숭의재 옆에는 3칸의 <경장각>이 위치한다.
경장각에는 조선 12대 왕이었던 인종이 세자 시절 김인후에게
그려 하사한 <묵죽도> 목판을 보관중이었으나 도난당하였으며,
이후 목판화를 참고하여 다시 제작한 목판은 국립광주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다.
매년 4월에 하서 김인후를 기리는 춘향제가, 9월에는 추향제가 열린다.
2019년 7월 ‘한국의 서원’ 9곳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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